임한리 대추나무 가로수길 10년 만에 역사속으로

여론수렴 결과 ‘제거’ 가닥…교통사고 야기, 친환경지구, 관리부실, 도로확장 예정 등 사유 다양

2017-03-02     김인호 기자
존폐 논란을 빚고 있는 탄부면 임한리 일대 대추나무 가로수가 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가로수 관리 부서인 보은군 산림녹지과는 27일 “주민 여론을 수렴한 결과 상장리, 임한리, 황곡리 일대 식재한 대추나무 가로수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며 “3월 중 대안을 마련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로수길의 사유지는 원상복귀 또는 농로 확보로 바뀌고 도로변은 국도유지 등과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보은군이 이 일대 대추나무 가로수를 없애기로 한데에는 시야 미확보에 따른 교통사고 야기, 가로수에 대한 관점의 차, 관리인력 부재에 따른 미관 저해, 친환경농업지구 지정(상장리)으로 병충해 방제 불가 및 생산성 저하, 도로 확장 계획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관계자는 “일부 주민과 관광객은 가로수의 의미보다 과수목으로 인식하고 볼거리나 풍성한 대추 작황을 기대하고 있다. 가로수를 과수원이나 농업처럼 접근하는 데부터 인식의 차가 발생한다. 수확체험의 장으로 제공하라지만 교통사고 위험이 따라 할 수가 없다. 보은대추에 대한 이미지 부각을 위해 가로수로 중점 관리했지만 농업적으로 접근한다면 관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로수 관리 여론 뭇매
보은군은 이향래 군수 시절인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2년간 국도 25호선 4.7㎞ 구간 (황곡~장안 편도 0.7㎞ 251주, 상장~임한리 4.0㎞ 왕복 1630주)에 대해 대추나무 1881주를 식재했다. 이 일대에서 대추축제를 개최하고 보은의 상징 대추를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대추나무 가로수길을 조성했지만 지역경제를 고려하자는 여론에 따라 축제장 주무대를 보은읍 보청천 일대로 옮겼다. 이후 관심과 관련 예산이 대폭 줄었다.
예산의 경우 군이 직영 관리한 2007년 9384만원, 2008년 9117만원, 2009년 1억953만원, 2010년 8487만원, 2011년 5756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수확체험에 따른 수입은 400만원. 축제장소를 옮긴 군은 직영에서 위탁으로 관리방식도 전환했다. 관리자에게 대추수확으로 발생하는 수입도 넘겼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귀농귀촌협의회와 장애인연합회 등이 위탁자로 선정됐다. 관리예산도 500~600만원대로 하향 조정되면서 관리에 문제가 있다며 가로수길은 여론의 뭇매를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여론은 가로수 제거에 우호적
보은군은 올해 들어 두 차례 단체 및 주민 간담회 등을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지역 여론을 수렴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두 차례 일어난 교통사망사고. 대추나무가로수길 구간 곳곳은 마을진입로와 국도가 교차하는데 차량이나 농기계 운전자의 시야가 봄 가을철 대추나무 가로수 잎사귀에 가려지는 점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1월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대추나무 가로수 제거를 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보은경찰은 전체 제거가 불가할 경우 ‘한 줄이라도 제거’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안면 마을대표는 장안 황곡, 개안, 장내리 일부 도로부지 구간에 식재한 대추나무 ‘가로수 전체를 제거’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탄부면 마을대표자와 대추연합회 또한 일부 관리 요청도 있었지만 전체 구간에 대해 대추나무를 제거 후 농로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해장 지역의 토지 소유주들도 제거에 힘을 실었다. 보은군이 가로수길에 포함된 토지소유주 의견을 수렴한 결과 36명 중 16명으로부터 회신을 받았다. 이중 원상복구가 9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로수 제거 4명, 소유자 관리 2명, 기타 1명 순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20명은 응답하지 않아 의견을 타진중이라고 한다. 식재면적별(7325㎡) 소유자 조사에서도 제거 의견이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소유면적 4115㎡ 중 원상복구와 가로수 제거가 3100㎡(75%), 소유자관리와 기타가 1015㎡로 나타났다.
보은군은 지난달 24일에도 이장협의회장, 사회단체협의회장 등을 초청, 간담회를 열고 자문을 구했다. 이날 참석자 7명 중 가로수 제거에 찬반이 나뉘었으나 “대추나무가 없는 것보다 못하다면 대추나무를 베어내어야 한다. 다만 대안은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가 공감대를 보냈다. 한 참석자는 “제거하는 대신 보청천 축제장 인근에 대추나무를 식재해 축제장을 찾는 이들에게 보은은 대추란 강한 인상을 주고 수확을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추나무 가로수가 사라진다는 말을 접한 한 주민은 "관리주체의 절대적 관심부족이다. 충주시 사과나무가로수, 영동의 감나무가로수가 지역 특산물의 대표적인 것처럼 보은대추의 상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대안을 가지고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대추가 특산물인 보은 지역에 대추나무 가로수길이 없어진다는 것은 찐빵속에 앙꼬를 뺀다는 의미와 같다"며 아쉬워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