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같은 손으로 대나무를 친다
1998-01-24 보은신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묵향이 짙은 대나무의 선을 그을 때마다 흰여백에는 신비감을 뛰어넘는 자연의 모습이 표출된다는 일념으로 전념하다 보면 아이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흐른다. 아이들의 정신은 온통 붓으로 향하고 정신을 집중하면서 한획 한획 내려갈 때 아이들의 천진했던 모습은 없어지고 의젓한 선비의 모습이 몸에 배어 들어간다.
이번 캠프기간은 비록 한달이지만 캠프 동안 흥미와 재능을 발휘하는 학생들을 선발해 계속적인 지도를 통해 전국휘호대회 및 전주에서 펼쳐지는 대사습 사군자분야에 학생자격으로 참가해 보겠다는 지도를 맡아 정은광교무의 뜻이 숨겨져 있다. 우리그림을 배우면서 곁들여지는 민속에 대한 우리 고유의 생활습관을 이야기로 배우며 우리 주위에서 전해지고 있는 전통에 대한 공부도 병행돼 자칫 지루하기 쉬운 시간을 즐거운 캠프라는 묘를 살리고 있다.
초·중학생 30명이 참여한 이번 캠프를 지도한 정은광(원광문화교실)교무는 “장난끼 많은 아이들에게 우리 전통그림을 어떠한 방식으로 접하게 할지 걱정되었지만 강의를 하면 할수록 아이들에게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으며 가르키는 보람도 깊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평소 서예를 배웠던 어수한(보은여고) 학생은 “처음엔 어려울 것 같았지만 선생님의 지도가 편안했으며 쉽게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방학동안 우리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기회가 주워져 뜻깊은 방학생활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학생 사군자교실은 날로 전문화되가고 있는 사회풍토속에서 취미로 시작했던 일이 소질과 재능을 인정받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캠프였다. 한편 이번 캠프가 끝나고 학생들의 봄방학과 맞추어 학생들이 익힌 대나무 그림을 전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