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여성으로 살고 싶다”

중국교포 이옥년씨

1998-01-17     보은신문
“다른 것은 별로 없습니다. 모국의 농촌은 너무 한가한 것 같고 계속 반복되는 생활속에서 남편의 관심과 사랑이 새로운 환경속에서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삼승면 달산2구에 가면 노총각, 노처녀도 아니었던 결혼적령기에 중국교포 3세와 농촌의 젊은이로서 만나 결혼한 젊은 부부를 만날 수 있다. 보은농공고를 나와 군대를 마치고 객지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황익씨와 중국연길시에서 정상적인 가정에 2남3녀중 셋째였던 이옥년씨가 화제의 주인공.

95년 여름 고향 삼승면 달산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이황익씨에게 중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중국에 가면 교포 여자를 만나보라는 주위의 권유로 지금의 부인을 만났다. 이씨는 처음 만나는 순간 연분이 있었는지 자신이 평소 생각하던 여자상이었다고 한다. 두사람이 만날 당시 교포 이옥년씨의 나이는 23살로 중국에서는 결혼적령기였으며 이씨 역시 28살로 결혼을 생각해야 할 나이였다.

두 사람에게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으며 남은 것은 수속과 절차 뿐이었다. 중국에 머무르는 짧은 기간동안 서로를 확인하고 서로는 마음의 결심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황익씨는 부인을 맞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절차를 마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마침내 고향에서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왔다는 호기심과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웃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느 한국여성과 다를바 없는 평범한 주부로 생활하고 있다.

특히 중국 백화점에서 근무했던 이옥년씨의 상냥함과 친절한 행동은 시부모에게 호감은 물론 중국교포라는 거리감을 떨칠 수 있었다.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덕택으로 시집살이 보다는 며느리 사랑을 받기만 했다는 이옥년씨는 지금 더 이상 바랄게 없다. 단 농번기가 되면 농사일에 바쁜 남편 뒷바라지에 바쁠 것을 생각하면 두려움도 앞서지만 여기는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라고 고쳐 생각하면 이쪽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든다고 한다.

이옥년씨가 중국을 떠나 보은에서 살게 되기까지는 남편의 사랑이 가장 큰 힘이 되었음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한다. 아직 한번도 싸워보지 않았다는 두사람 사이에 항상 남편의 너구러움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아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이황익씨의 집안에는 경사가 생겼다. 두 사람 사이에 윤식이라는 귀여운 사내아이가 태어낳기 때문이다.

애기 아빠가 된 이시의 모습에서 가정이 소중함과 행복을 볼 수 있었다. 농한기인 요즘 이들 부부는 보은읍내를 자주 나온다. 시장에 들려보기도 하고 애기 옷을 사기도 하며 세상사는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이씨는 아직 남앞에 나서기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생길때마다 남편의 친구들을 만나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기회가 있으면 보은지역에서 펼쳐지는 문화행사에도 참석하고 싶다는 조심스러운 말투에서 여염집 여자와 다를 바 없는 수줍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수줍기만 했던 새색시가 이제는 자신도 한국여자가 다 되어 한국문화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살고 있구나하고 느낀다고 한다. 평범한 한국남자 이황익씨와 중국교포 3세인 이옥년씨는 서로 다른 환경을 극복하면서 행복이라는 진주를 캐내는 부부였다. 이 부부사이의 문화적 차이가 사랑과 이해로 덮어지면서 이옥년씨는 평범한 한국여성으로 또 이황익씨의 아내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