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웃다 : 獨笑[3] / 다산 정약용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120
2016-12-29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예쁜 꽃 활짝 피면 바람이 불어 대지
세상일 다 그런 거야, 웃는 까닭 바로 이거야.
月滿頻値雲 花開風誤之
월만빈치운 화개풍오지
物物盡如此 獨笑無人知
물물진여차 독소무인지
홀로 웃다(獨笑)로 번역해본 장율(長律)인 세 번째 구 오언배율이다. 작자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으로 유배에서 풀려나 고향인 마현으로 돌아온 것은 그의 나이 57세 때였다. 귀양에서 풀려나서 75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고향인 마현에서 [경세유표]? [목민심서]?[흠흠신서] 등 경세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의 실학사상을 집대성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보름달 뜨면 구름 자주 끼고 /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불어대지 // 세상일이란 모두 이런 거야 / 나 홀로 웃는 까닭 아는 이 없을걸]라는 시상이다.
이어진 다산사상은 다음과 같다. 넷째는 경세학의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사상을 강조한다. 다섯째는 관이 아니라 민이 근본이 되어야 된다고 역설한다. 여섯째는 기술을 개발하여 백성을 편하고 넉넉하게 살 수 있도록 만나들어야 함을 실토한다. 모두 현대사회 맞는 이야기다. √시인은 밝은 보름달이 떠오르면 시샘이라도 하듯이 구름이 낀다고 했고, 꽃이 화들짝 피면 어린양이라도 부리듯이 바람이 불어 댄다고 했다. 자연의 시샘에 앙달을 부리고 싶은 심술쟁이를 만난다. √화자는 세상일이란 다 그렇고 그런 것이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심술 심보를 토로하게 된다. 그래서 화자는 어이없는 세상사를 보면서 웃고 있는 거라고 실토하고 있다. 서론격인 첫째 구에서 시인이 읊은 시심은 [양식 많은 집엔 자식이 귀하고 / 아들 많은 집엔 굶주림이 있으며 //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 재주 있는 인재는 재주 펼 길 없으며]라고 쏟아냈다. 조화 속의 부조화를 발견해 내듯이 잘도 찾아냈다.
【한자와 어구】
月滿: 달이 가득차다. 보름달이 뜨다. 頻: 자주. 値雲: 구름을 만나다. 花開: 꽃이 피다. 風誤之: 바람이 그르치게 하다. [之]는 지시대명사 // 物物: 세상의 모든 일. 盡: 모두. 다. 如此: 이와 같다. 獨笑: 홀로 웃는다. 無人知: (그 까닭을) 아는 사람이 없을거야. 사람들은 모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