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주는 여생(餘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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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2 최동철
일본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추계에 따르면 향후 3년 뒤, 2020년부터는 매년 사망자 수가 150만 명에 이르러 출생자 수의 두 배에 달할 거라고 한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다사시대인 것이다. 이러다보니 벌써부터 새로운 사회현상이 생겨났다고 한다.
기존 화장터 시설이 턱없이 모자라 사망자 수요를 제때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즉, 죽은 뒤 화장장을 수배하는 것은 이미 늦다. 여행자가 사전에 비행기 표를 예매하듯, 죽기 전 미리 화장장을 예약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데 실상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사전예약을 하려해도 성수기 관광지에 빈방 없듯 빈 시간대를 찾기 어렵다. 사망 후 장례식을 치른 뒤라도 제 때 화장을 하지 못하고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를 기다리는 유족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유족들을 위해 신종 사업인 사자(死者)호텔도 생겨났다. 장례식이나 화장을 할 때까지 사망한 시신을 안치해 두는 시신보관사업이다. ‘유체(遺體)호텔’이라는 이름의 한 시신보관소는 24시간 기준으로 우리 돈 약 10만원의 이용요금을 받는다고 한다.
현재 보은군의 65세 이상 노인의 인구대비 점유율은 무려 29.76%다. 베이비부머 시작세대로 일컬어지는 1953년생이 노인세대에 편입되는 2018년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노인도 증가하고 사망자도 늘 것이다. 일본 사회의 오늘이 머지않아 보은군의 현실이 될 수 있다.
어쩜 고인(故人)이 되고나서도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비로소 화장터 신세를 진 뒤 북망산천에 흩뿌려지든가 묻히게 될지 모른다. 허기야 생명 있는 모든 것은 죽기 마련이고, 인생 또한 주어진 한 평생을 살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결국 고민해야 할 문제는 죽은 뒤가 아니라 죽기 전, ‘어떻게’가 될 것이다. 장차 보은지역 사회에 곧 죽을 노인이 즐비한 ‘다사시대’가 온다 해도 그건 그저 그런 일로 치부해 버리면 끝이다. 정작 노인들이 걱정해야 할 일은 ‘여생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일 것이다.
생애 말기 환자 2,500명을 돌본 일본의 호스피스 의사 가시와기 데쓰오는 그의 저서 ‘살아있음’에서 ‘나눠주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평안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 같다’면서 ‘나눠주는 것 중에서 가장 값지고 중요한 건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즉, ‘시간을 자신에게만 사용하는 사람은 모으는 삶을 살며,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은 나눠주는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다면서 ‘나눠주는 여생’의 인생 마무리를 권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