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 된 군 사업 사과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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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5     최동철
‘꿈의 암치료센터 유치’라며 정상혁 군수의 획기적 치적인 양, 군민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중입자암치료센터’건립계획이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마무리됐다. 결국 보은군의 당시 호들갑은 뜬구름을 잡고서 ‘김칫국 먼저 마신 꼴’이었음이 이제야 비로소 드러난 셈이다.

보은군은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중입자 암치료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던 한국중입자 암치료센터가 자금사정 등을 이유로 사업진행을 미루다 기한이 만료되어 협약이 자동 파기됐다’고 공식 보고했다.

그뿐이었다. 건립이 불문가지(不問可知), 거의 확실한 것처럼 사업계획을 홍보했던 보은군을 믿고 기대에 부풀었던 군민에게는 일언반구 사과커녕 단 한마디도 없다. 군민이 겪게 될 실망감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는 느낌이다. 군민을 무시하는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허기야 입만 열면 자신의 공로라며 자화자찬했던 정 군수도 ‘백지화되어 죄송하다’든가, ‘성급했던 발표로 군민여러분의 기대치만큼 실망과 좌절감을 준데 대해 사과드린다’는 등의 이렇다 할 표명조차 아직 없다.

2015년 2월, 당시를 회고해보자. 보은군이 발행하는 ‘대추고을소식’ 2월호 1면에는 커다란 사진과 함께 ‘최첨단 중입자 암치료센터 보은에 설립’이라는 기사가 대서특필됐다. 암 환자 완치율 80%가 넘는 독일의 ‘꿈의 암치료기’가 도입되고, 장차 보은군은 ‘의료복합 헬스케어 관광타운으로 조성’될 것이라며 그야말로 군민에게 꿈같은 기대를 심어놓았다.

즉, 산외면 신정리 일대 16만5천 평방미터에 2019년까지 암치료병원이 조성된다. 국내는 물론 독일,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환자들과 가족이 찾아와 1개월 이상 체류하게 될 것이다. 자연스레 바이오산림 휴양밸리, 속리산 등과 연계되며 보은군은 명실 공히 치료와 치유를 함께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의료관광 메카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유치과정에는 ‘정상혁 군수가 지난 3년간 꾸준히 관계자들과의 접촉 및 면담을 통해 유치활동을 펼쳤다는 점이 가장 큰 역할로 작용했다’는 내용이 특히 강조됐다.

보도자료 받아쓰기에 능한 일부 언론들은 사전 검증을 생략한 채 대부분 그대로 보도했다. 협약 당사자가 무슨 회사인지, 대표자는 어떤 사람인지 검색을 하면 웬만큼 다 드러나는 세상인데 하지 않았다. 사업실현의 근거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달랑 엠오유(MOU) 뿐이었다.

보은군의 이 같은 섣부른 홍보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시행착오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던 언론은 본보의 칼럼이 유일했다. 2015년 3월12일자 칼럼 ‘꿈의 암치료 센터’ 춘몽 아닐까‘에서 의문투성이 협약 당사자의 행태를 적시하며, 사업실현 가능성에 회의(懷疑)를 제기했었다.

어쨌든 업무상 과실로 군민에게 실망감을 안겨 준 보은군은 이제 공식적 사과를 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