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세상은 살만하다”
속리산 부녀소방대, 천주교 신자
2001-05-05 송진선
초등학교 3학년인 여자아이, 1학년인 사내아이 남매는 내속리면 사내6리 쥐가 사는 소굴 같은 곳에서 한달을 생활했다. 밥솥의 밥은 이미 썩었고 휴대용 가스렌지를 이용해 라면만 먹고 그것도 아니면 굶었으며 쓰레기장 같은 방에서 나는 냄새가 역겨워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보다못한 속리산 부녀의용소방대(대장 송창자) 20명의 대원과 보은 천주교회 속리산 공소 신자들이 지난 3일 대대적인 청소에 나섰다.
방에 있는 물건을 전부 끄집어 내고 쓸고, 닦고, 옷가지는 이웃집의 세탁기를 이용해서 빠는 등 정신없이 청소를 했다. 냄새 때문에 구역질까지 하는 주민들은 마스크까지 쓰고 말하는 것도 삼가하고 치우는데 열중했다. 아홉시부터 시작했는데 오후 4시 정도가 되어서야 정리가 될 정도로 집안이 난장판이었다.
부녀의용소방대원과 천주교 신자들은 가전품, 냉장고, 옷, 이불 등 사용하지 못할 쓰레기들을 분리 수거하고 이들의 수고를 격려하기 위해 점심 식사를 대접한 면사무소 직원들은 이곳에서 나온 쓰레기를 치웠는데 1톤 트럭 10차 분량, 직원들은 공사를 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쓰레기가 그렇게 많이 나온 것에 혀를 내둘렀다. 속리산 부녀의용소방대원과 천주교 신자들은 이렇게 청소까지 해줬어도 걱정이 태산이다.
방에 벽지를 바르는 일, 아직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이 되지 않아 할머니 병원비며 아이들 어머니 병원비 마련을 위해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있는 속리산 부녀의용소방대에서는 우선 쌀 1포대와 라면 1상자를 들여놓아주고 할머니가 팔다남은 달걀도 한두판 씩 나눠서 구입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어린 두 남매는 영문도 모르고 아주머니들이 도아주는 것을 보고 퇴원을 해도 걱정인 할머니와 엄마가 빨리 퇴원해 어린이날을 함께 보내고 어버이날 꽃을 달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교연 내속리면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