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친절을 생각하게 하는 꽃창포
속리산 야생화〈3〉꽃 창 포
2002-08-03 보은신문
사람들은 하나, 둘 숟가락을 놓고 계산을 하러 주인 앞으로 갈 것이고, ‘앞에 어떤 이가 당신의 식대를 이미 지불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나중에는 나쁘지 않은 기분이 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시간이 흘러 훗날, 누군가 그들의 도움을 필요로할 때 그날의 가벼운 친절을 생각하며 기꺼이 그들을 향해 손 내밀 수도 있으리.
우리의 들꽃들을 보고 있자면 이런 소박한 꿈을 떠올리게 된다. 그 들꽃 중에 "꽃창포"가 있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도심을 벗어나 들꽃을 만나면 마치 모르는 누군가가 내 점심값을 이미 지불하고 간 것 같은 넉넉함을 갖게 한다. 조건이 없는 친절,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행해지는 친절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듯 기대없이 나갔다가 만나지는 들꽃들 역시 그러한 기쁨을 준다.
창포붓꽃, 옥선화, 화창포 라는 속명도 가지고 있는 꽃창포는 우리나라 전국 산지에서 볼 수 있다. 습기를 좋아해서 초원이나 습지에서 잘 자란다. 꽃은 6월에서 8월 경에 원줄기 또는 가지 끝에 홍자색으로 달리며 9월에 결실을 맺는다. 키 60∼120㎝로 자라는 여러 해 살이 풀이다. 잎은 20∼60㎝로 비교적 긴 편이며 두 줄로 서로 포개지는데 잎 끝은 날카롭다. 우리 몸의 염증을 치료하는 데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 약용으로 재배하기도 하지만 관상용으로서의 가치도 높은 것은 바로 한국적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약간은 날카로운 잎들을 달고 있으면서 부드럽게 아래로 흘러내리며 피는 꽃의 여유로움은 절개와 너그러움을 모두 갖춘 중년의 평범한 소시민 같다. 내가 넋놓고 그 모습에 취해있을 때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다가와 꽃을 들여다 본다면 우리는 서로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야릇한 충만감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꽃창포의 친절을 함께 받았다는 공감대가 이미 마음 속에 형성되었을 것이므로.
〈제공 : 속리산 관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