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江亭(송강정) / 송강 정철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7】
2016-09-29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낙엽은 사립문을 살며시 가리는데
바람과 소나무 어울려 밤 깊도록 노래하네.
明月在空庭 主人何處去
명월재공정 주인하처거
落葉掩柴門 風松夜深語
락엽엄시문 풍송야심어
바람과 소나무는 밤 깊도록 소리를 내네(松江亭)라고 제목을 붙이는 오언절구다. 작자는 송강(松江) 정철(鄭澈:1536~1593)이다. 윤선도·박인로와 함께 3대 시인으로 꼽힌다. 1580년 강원도관찰사가 되어 강원도에 머무르면서 [관동별곡]과 시조 16수를 지었다. 1585년부터 4년간 고향인 창평에 은거하면서 [성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을 지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밝은 달이 빈 뜰을 비추는데, 주인은 어느 곳에 갔는가? 낙엽은 사립문을 가리고, 바람과 소나무는 밤 깊도록 소리를 내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의 제목을 직역하면 [송강정에서]로 번역된다. 글쓴이가 만년에 그의 정자 송강정을 지어 놓고 시간을 내어 여기에 올라 시를 지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자신이 이 정자의 주인이면서 밝은 달이 빈 뜰을 비추고 있다고 하면서 주인은 어느 곳으로 갔는가 하고 반문한다.
이 같은 반어법은 시적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곧 시인 자신이 묻고 시인 자신이 대답하는 꼴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시인들은 이런 방법을 원용했다. 시적인 주위 분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화자의 입을 빌은 시인의 시상은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낙엽이 사립문 앞으로 가리면서 오는 손과 머물러 있는 주빈의 갈 길을 붙잡고 있다는 것으로 표현했다. 북풍을 배경 삼아 있는 송강정엔 바람이 불고 있는데 그에 맞춰 밤 깊도록 소나무가 소리를 낸다고 했다. 선경후정(先景後情)이라고 했듯이 경(景)의 정(情)을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음을 보이는 독특한 시인의 세계를 구사하고 있다.
【한자와 어구】
明月: 밝은 달. 在: 있다. 空庭: 빈 뜰. 빈 정원. 主人: 주인. 何處去: 어느 곳으로 갔나. [何]로 인하여 의문문임.
落葉: 낙엽. 掩: 가리다. 柴門: 사립문. 風松: 바람과 소나무. 夜深: 밤이 깊도록. 語: 말하다. 여기서는 ‘소리를 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