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임을 보내며 : 離別 / 일지홍 (여류시인)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5】
2016-09-08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오시는 날 물어 본다
떨어진 술 단지 바라보니 꽃도 지고 새도 우네.
駐馬仙樓下 慇懃問後期
주마선루하 은근문후기
離筵樽酒盡 花落鳥啼時
이연준주진 화락조제시
사랑하는 임을 보내며(離別)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일지홍(一枝紅:?~?)으로 성천(成川)의 기녀로만 알려질 뿐 자세한 생몰 연대를 비롯해서 그 행적도 알 수 없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말을 다락 아래 매어 놓고, 이제 가면 언제 오시려나 은근히 묻네. 임 보내려는 때 술도 떨어지고, 꽃 지고 새가 슬피 우는구나]라는 시상이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삼백리길을 말을 몰아 달려온 사내가 있었다.
사랑하는 임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렸다. 두 연인은 술독의 술이 다 떨어지도록 밤새워 술을 마셨다. 시간은 두 사람을 위해 기다려주지 않는 법. 이제 말머리를 돌려야 할 시간이다. 발길은 차마 떨어지지 않고, 서운한 마음을 달래며 ‘언제 또 오실거냐?’는 물음에 대답을 못한 딱한 처지다.
임을 보내기 싫어하며 술항리에 술도 떨어지고 꽃 지고 새도 울었던 모양이다.
시인은 삼백리 머나먼 길을 찾아온 임을 보내지 못해 마음을 조이고 있다. 말을 다락 아래에 매어 놓고 옷자락을 부여잡고 통사정을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먼 길 떠나시는 임이 출출하지 않도록 술이라도 한 잔 더 권하고 싶은데 밤새워 마셨던 항아리는 비어있다. 뿐만이 아니다. 꽃도 지고 새까지 슬피 우는 안타까움을 더한다.
화자의 입은 빌은 시인은 평양에서 한 걸음에 달려온 임과 저녁 내내 술을 마시고 나니, 이젠 항아리엔 술마저 떨어지고 없음을 은근히 보인다. 아아! 떠나는 임을 어찌할까?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벌려 언제 오겠느냐고 물어보지만 기약도 못하는 임을 보내는 아쉬움에 사로잡힌다.
【한자와 어구】
駐馬: 말을 메어놓다. 仙樓下: 신선한 다락 아래에. 慇懃 은근하게. 問:묻다. 後期: 다음에 올 기약.
離筵: 이별하는 자리. 樽酒盡: 동이에 술이 그만 다 바닥나다. 花落: 꽃이 떨어지다. 鳥啼時: 새가 구슬피 울다. 또는 우는 그 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