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색과 백색 두 가지 국화를 읊음 : 詠黃白二菊 / 제봉 고경명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1】
2016-08-11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타고난 본래 색깔 흰색도 기특한데
사람은 그 색깔 구별하나, 무시하는 저 서리.
正色黃爲貴 天姿白亦奇
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
世人看自別 均是傲霜枝
세인간자별 균시오상지
노랑색과 백색 두 가지 국화를 읊음(詠黃白二菊)으로 제목을 붙여 보는 오언절구다. 작자는 제봉(霽峰) 고경명(高敬命:1533∼1592)으로 조선 시대의 문인, 의병장이다. 1558년 식년시 문과에 갑과 1위로 장원급제했다. 1591년 동래 부사로 있다가 사직했다가 의병을 일으켜 금산에서 왜군과 싸우다가 아들 인후와 같이 전사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바른 빛이라고 귀하게 여기는 노랑색, 타고 난 본래 모습은 흰색 또한 기특했지. 세상 사람이야 이것을 구별하려 하겠지만, 다 같이 업신여기는 가지의 서리는]라는 시상이다.
위 시의 제목은 [노랑색과 백색인 두 가지 국화를 읊음]로 번역된다. 국화의 자태는 고결해서 좋다. 노랑색, 백색, 연두색, 붉은 색 갖가지 색깔을 자랑하며 늦가을까지 자기의 의지를 자랑하며 피는 꽃이다. 세상 사람들이야 색깔을 굳이 구별하려하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라’고 내리는 서리야 국화의 향과 의지를 알 리야 없다.
시인은 노랑색 국화를 바른 빛이라고 귀하게 여기며 향기에 취했을 것이고, 흰 색은 본래의 바탕이라고 또한 기특하게 여겼다는 시심을 떠올린다. 색깔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가을이면 물가에 피는 사철쑥에 비근할만 하지 않겠는가. 한 해의 황혼기와 같은 가을에 흔들림 없이 피는 국화야 말로 인생의 한 교과서로 보이지는 않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화자는 나약한 인간이야 굳이 그 색깔을 구별해 보려고 했지만 겨울을 알리는 서리가 아름다운 색깔과 향기를 알 리가 없다. 색깔과 향기쯤이야 구분하지 않고 치고 때리고 부셔버리기 때문이리라.
【한자와 어구】
正色: 바른 빛. 黃: 노랑색을 뜻함. 爲貴: 귀하게 여기다. 天姿: 타고난 본래 모습. 白亦奇: 흰색 또한 기특하다.
世人: 세상 사람들. 看: 보다. 自別: 스스로 구별하다. 均: 다 같이. 是傲: 이 거만함. 오만함이야. 霜枝: 가지 위의 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