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Ⅱ

리성일(보은 강신, 재부군민회장)

2002-06-29     보은신문
지난번 보은 신문에 “벚꽃 삼천리 화려 강산?”을 쓰면서 우리나라 꽃 무궁화는 천대받고 일본의 나라꽃 벚꽃은 곳곳에서 축제의 대상이 되어있는 한심한 현상을 한탄해 보았다. 오늘은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에 대하여 말 하고자 한다. 나라마다 자기 나라를 상징하는 나라꽃이 있다. 영국의 나라꽃은 장미꽃이요, 중국의 나라꽃은 매화, 네덜란드의 나라꽃은 튤립이며 우리나라의 나라꽃은 무궁화이다.

애국가 가사에도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라고 했듯이 우리나라는 무궁화 강산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무궁화가 나라꽃이 된 것은 일제강점기에 남궁억 선생님이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정하고 보급한 후라고 알고 있으나 무궁화의 역사는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한 진정한 나라꽃이다.

무궁화는 아득한 옛날 단군 조선시대에 14∼15세의 청소년들이 심신을 수련하는 모임에서 그들의 신분을 뽐내고자 저마다 머리에 꽃을 꽂았는데 이 꽃이 바로 무궁화였으며 이 꽃은 하늘을 가리키는 꽃이라 하여 천지화라고 불렀으며 이 꽃을 단 청소년을 천지 화랑이라고 불렀다. 중국의 지리서로 유명한 ‘산해경’이라는 책에도 ‘군자의 나라에는 무궁화가 많이 있어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고려 시대에는 우리나라를 ‘근역 강산’ 또는 ‘근화향’이라고 하였으니, 근화란 무궁화를 말하는 것이니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무궁화가 피였었는지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조선왕조의 꽃인 이화 즉 자두나무 꽃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장원급제한 선비에게 어사화라는 것을 꽂아 주었는데 바로 이 꽃이 무궁화였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사화를 꽂고 금의환향 하였을 뿐만 아니라 문무백관이 모인 연회석에서도 무궁화로 장식된 모자를 썼다는 사실은 세도가 넘쳐흐르던 조선시대에도 무궁화가 백성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예우 받던 꽃이라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정해진 것은 언제일까? 우리 민족의 지도자였던 남궁억 선생님을 비롯한 선각자들께서 우리 민족자존의 상징으로서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결의한 후, 상해 임시정부가 독립선언서의 문양으로 태극기와 무궁화를 선보였으며, 서재필 선생님이 독립문의 기초를 세울 때 배재 학당 학생들이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이라고 애국가를 목 놓아 불렀을 때 무궁화는 명실 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라꽃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궁화는 일제 36년 간 많은 수난을 당해야만 했다. 일제는 독립 정신의 뿌리가 무궁화 정신에 있다고 생각하고 무궁화 꽃을 송두리째 뽑아 버리고 불 지르고 보기만 해도 감옥에 가두었다. 이러한 일제의 만행에 견디다 못한 오산 학교와 대구 사범 학생들이 시위에 들어가고 그 후 춘천 등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는 시위가 일어났는데 이것을 ‘무궁화동산 사건’이라고 한다.

일제는 ‘무궁화는 벌레가 많이 몰려드는 추한 꽃’이라고 하여 심지어는 ‘무궁화를 만지면 부스럼이 난다’고 악선전까지 하였다. 또한 ‘무궁화는 거름을 하면 안 된다’고도 하였다. 그런데 지금도 봄이면 일본의 나라꽃인 벚꽃 축제가 진해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것을 볼 때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일제가 벗 꽃은 원산지가 제주도라고 선전하여 일본의 나라꽃을 많이 심도록 장려한 것도 모르고 지금도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 벗꽃부터 심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해방 후 1948년 정부가 수립되자 문교부령으로 입법, 사법, 행정부의 배지를 모두 무궁화 꽃 도안으로 통일하면서 마침내 우리 나라꽃이 되었다. 지금은 무궁화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여 87종의 무궁화가 피고 있으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무궁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38시간 동안 피어 있는 무궁화도 연구되었으며 현재 우리나라 삼천리 금수강산에는 2,500만∼~3,000만 그루의 무궁화가 심어져 있으므로 이것을 잘 가꾸고 길러 무궁화 정신 선양에 힘써야 되겠다. 역사 깊은 우리나라꽃을 우리국민이 아끼고 사랑하고 가꾸지 않는다면 누가 사랑하고 가꾸겠는가? 은혜를 알고, 은혜에 감사하며, 은혜를 갚는 고장 보은에서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무궁화공원을 만들어 다른 고장의 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