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의 히딩크를 기원하며
2002-06-29 김인호
공직사회가 '고인물'처럼 비쳐지면서 새인물에 따른 새바람에 대한 기대감이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지역민들은 아름답게 물러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부 단체장은 당선가능성이 충분하였음에도 불구, 자진해 3선을 불출마한 인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퇴장은 결코 서글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째, 인사이동에 대한 잡음이다. 인사는 만사란 얘기도 있다. 또 인사는 장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면서도 자리는 한정돼 있고 이에 따른 불만도 뒤따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사람 심기'에 너무 연연한 나머지 소외된 공무원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는 분석이 나돌았다.
셋째, 자식의 문제이다. 대통령 아들들이 비리에 연루돼 곤혹을 치르고 있는 예민한 시기에 어쨌든 군수의 아들들 또한 관내서의 사업과 직장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넷째, 인구의 감소다. 자생력이 부족한 지역여건 등으로 이를 풀기엔 어려운 문제이겠으나 인구가 5만여명에서 4만여명대로 줄어 경기의 체감을 가져왔다. 인구감소폭이 보은보다 적은 이웃 영동군과 옥천군의 경우와 비교할 때 상대적 열등감을 안겨졌다는 지적이다.
다섯째, 인구구성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볼 때 면지역 총무계장들의 인선이 너무 젊어 지역민들과의 융화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여섯째, 한나라당 군수후보에 대한 경선없이 역으로 무소속의 단일화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는 무소속의 또다른 후보가 등장했지만 오히려 김군수에게 설이 나도는 등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곱째, 한나라당 연락소와 개인 선거사무실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군수후보로 선출된 이후 치러진 한나라당 필승대회에서의 세몰이에 실패해 이미 선거 패배의 징후가 나타났으며 선거운동 기간 중 양측이 각각의 플레이를 펼쳤다는 것이다.
여덟째, 김군수 부부의 안이한 선거 대처였다는 관측이다. 지난 2번의 선거에서의 승리처럼 이번 선거서도 그렇게 되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는 측근의 견해다. 과정을 떠나 결과적으로 여론을 잘못 읽고 있었다는 것이다. 군의 예산인 1200억을 집행하는 군수의 교체로 선거의 후유증을 염려하며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 말없는 공무원들과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안정된 재정 운용, 주민 체감 개선 등을 바라며 새로 부임하는 박종기 군수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차있다. 히딩크가 숱한 비난을 극복하면서 한국인의 능력으론 안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한국의 월드컵 4강이라는 역사적인 쾌거를 이뤄 국민들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다. 보은도 새로운 지도자를 맞아 히딩크의 신화를 기대해 본다면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