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기는 군민도 마찬가지

2002-06-29     송진선
지방선거에서 현 군수가 낙선하고 새로 당선자가 생기자 웃지 못할 마음 씁쓸한 일이 생기고 있다. 바로 군민들도 줄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는 반드시 이기고 봐야한다는 말이 생기는 것 같다. 개표가 종료되기도 전에 당선자 사무실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동이 트자마자 축하 화분이 줄을 이었고 축전이 쌓여갔다. 이것은 탓하는 것이 아니라 당선된 사람을 축하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당연하다. 

그런데 이를 확대 해석하면 이것도 결국은 줄서기나 다름없다. 더 속보이는 줄서기는 다른데 있다. 얼마전 도민체전이 끝이 났다. 보은군은 만년 최하위를 면치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재정도 열악하고 인적자원이 부족한 보은군에서는 보면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출전 선수들을 후원하는 것도 열악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올해의 상황은 체전 관계자들을 의아스럽게 만들었다.

매년 도민체전을 후원해주던 업체들도 발을 끊었고 매년 성의를 보였던 개인들도 자취를 감췄다. 후원한 업체나 개인을 손으로 꼽아보았는데 50명도 되지 않은 36번에서 그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번까지도 순번이 꼽혔는데 올해는 그의 반도 채우지 못했다. 여당 국회의원 후원의 밤 행사에는 재계인사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야당 국회의원 후원의 밤 행사는 썰렁하다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 됐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군민들도 노골적으로 줄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공무원들이 제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무슨 줄이냐고 나무랐던 그 군민들도 별수없이 앞으로 1000원 한 장이라도 자기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후임 군수라는 것을 알고 관심을 끊은 것이다. 힘이 있으면 기생하고 힘이 약하다 싶으면 내가 언제 널 알았느냐 싶게 무시하는 인간의 속물 근성의 한 단면을 보고 체전 관계자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마음을 추스렸지만 정말 씁쓸했다.

<삼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