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간 초가집일망정 임과 함께 누워 : 歌贈南止亭袞 / 조운 (여류시인)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80】
2016-02-04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인간의 부귀공명 이제 다 그만 두고
산 좋고 물 맑은 곳 마음껏 노닐어요
초가집 임과 함께 누워 달을 보며 살고지고.
富貴功名可且休 有山有水足오遊
부귀공명가차휴 유산유수족오유
與君共臥一間屋 秋風明月成白頭
여군공와일간옥 추풍명월성백두
한 간 초가집일망정 임과 함께 누워(歌贈南止亭袞)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조운(朝雲)으로 연산군대의 전주 기생이란 것만 알려질 뿐 자세한 생몰연대는 알 수 없다. 위 시로 보아 영의정 남곤(南袞:1471∼1527)과 정을 맺다가 그도 조선의 여인이라 한 맺힌 여심(女心)을 달래지 못해 지어 보낸 시였음을 알 수 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인간의 부귀공명 이제 다 그만두고, 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마음껏 노닐어요. 한 간 초가집일망정 임과 함께 누워, 가을바람 맑은 달 보며 늙을 때까지 살고파요]라는 시상이다.
이 시제는 [지정 남곤 어른께 드림]으로 번역된다. 남곤은 문장이 뛰어나고 글씨도 잘 썼다. 그러나 1519년 심정(沈貞) 등과 함께 기묘사화를 일으켜 당시 집권자이던 조광조 등 신진사림파를 숙청한 뒤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이 되었다. 만년에는 죄를 자책하고, 화를 입을 것을 걱정하여 평생 써놓았던 글을 불태웠다. 사림파가 강해지자 탄핵을 받아 삭탈을 당했던 인물이다.
시인은 부귀공명보다는 임과 함께 천년을 누리며 함께 살고 싶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인간의 부귀와 공명 이젠 다 그만 두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살자며 시상을 일으킨다. 임과 함께 있다면 초가집도 좋으니 가을바람 맑은 달 보며 오래도록 함께 살자고 애원하는 한 여인을 본다.
화자는 임이 죄를 저질러 탄핵받고 귀양을 가는 일이 싫었던 모양이다. 그것이 사는 것의 전부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편안하게 자연을 즐기며 그렇게 살고 싶다는 심중의 한 마디를 담아 몸부림치는 하소연을 담는다.
【한자와 어구】
富貴功名: 부귀와 공명. 可且休: 이제 다 그만 두다. 有山有水: 산이 있고 물이 있다. 곧 산 좋고 물 맑은 곳. 足오遊: 족히 마음껏 노닐다.
與君: 임과 함께. 共臥: 더불어서 눕다. 一間屋: 한 칸 초가집. 秋風: 가을바람. 明月: 맑은 달. 成白頭: 흰머리 되다. 곧 늙을 때까지 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