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제비 마치 옛날이 그리운 듯 : 燕子樓 / 고불 맹사성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71】
2015-12-03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가락(嘉洛)의 남긴 터가 몇 해나 되었던가
수로왕 모든 문물 티끌로 돌아갔네
제비도 옛날이 그리운 듯 옛 주인을 부르면서.
駕洛遺墟幾見春 首王文物亦隨塵
가락유허기견춘 수왕문물역수진
可憐燕子如懷古 來傍高樓喚主人
가련연자여회고 내방고루환주인
저 제비는 마치 옛날이 그리운 듯(燕子樓)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1360~1438)이다.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1360~1438)은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다. 고려 수문전제학 수문전제학 맹희도(孟希道)의 아들이며 명장인 최영(崔瑩) 장군의 손녀 사위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가락의 남긴 터가 몇 해나 되었던가, 수로왕의 모든 문물 티끌로 돌아갔구나. 가련해라, 저 제비는 마치 옛날이 그리운 듯, 연자루 곁에 와서 자꾸 옛 주인만 부르는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연자루를 보면서]로 번역된다. 가락은 낙동강 하류에 일어난 나라들을 통틀어 이르던 말로 금관가야, 대가야, 소가야, 아라가야, 성산가야, 고령가야 등 여섯 나라를 일컫는다. 562년 신라에게 멸망되었지만, 수준 높은 문화를 이루었고 이후 신라 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음을 알고 있는 글쓴이는 그 때를 회상한다. 김수로왕의 치적은 높이 살만했다.
가야의 옛터를 찾는 시인은 이런 점을 떠올리고 있다. 수로왕의 12대 손인 김유신이 훗날 진골에 편입되어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하기도 했음도 기억할 일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티끌로 돌아갔고 빈 성터와 흔적만이 그 때 일을 말해주는 있음을 회상하게 된다.
그래서 화자는 ‘가련하다’는 말로 시상을 일으키면서 날아가는 제비 한 마리로 연자루를 도입시킴으로서 시적 구성의 큰 덜미를 붙잡게 된다. 그 제비만이 가야 역사의 흔적을 아는 양 연자루 곁에 다가와 옛 주인을 부른다고 시심을 담아낸다.
【한자와 어구】
※燕子樓: 김해에 있는 누각. 駕洛: 가락국. 遺:끼치다. 墟:터. 幾見春: 몇 해나 되었는가. 首王: 김수로왕. 文物: 문물. 亦: 또한. 隨塵: 티끌도 따라가다.
可憐:불쌍하다. 懷古: 옛 것을 품다. 來傍: 곁에 오다. 高樓: 연자루를 뜻함. 喚:부르다. 主人: 주인. 여기서는 앞구의 김수로왕을 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