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월출산을 바라보며 : 到女院月出山 / 옥봉 백광훈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69】
2015-11-19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2년동안 서울 생활 고향 찾아 정겨웁고
고향의 진면목(眞面目)을 오늘 와서 바라보니
꿈속은 아닐까 두려워 고개 들어 다시 보네.
二年辛苦客秦城 夢見鄕山別有情
이년신고객진성 몽견향산별유정
今日却逢眞面目 擧頭猶파夢中行
금일각봉진면목 거두유파몽중행
해남[=여원]에서 월출산을 바라보며(到女院月出山) 쓴 칠언절구다. 작자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1537~1582)은 최경창 이달과 더불어 삼당시인의 한 사람이다. 명나라 사신에게 시와 글을 지어주어 감탄케 하여 백광선생(白光先生)의 칭호를 받았으며 영화체(永和體)에도 빼어난 재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두 해 동안 서울 땅 나그네로 떠돌 때에는, 꿈에 본 고향 산은 얼마나 정겨웠나. 오늘 와서 문득 (고향의) 진면목을 만나니, 꿈속이나 아닐까 두려워하며 고개를 드네]라는 시상이다.
삼당시인을 찬양해 보는 시조 한 수다. [시문의 진정한 맛 당풍을 앞세워서 비유법 상징성에 여독을 풀어가니 고전을 새롭게 한 현실 내일 꿈을 향하리]. 시인은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으나 어려서부터 해남에서 자랐으며, 관서별곡(關西別曲)으로 유명한 광홍(光弘)의 아우다.
시인의 작품은 전원의 삶을 다룬 작품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안정과 평화로 가득 찬 밝은 분위기를 이루는 작품이 많다. 이정구는 문집 옥봉집 ‘서’에서 "시대와 맞지 않아 생기는 무료, 불평을 시로써 표출했다"고 하면서 시인의 ‘절구’를 높이 평가했다.
화자는 고향 장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란 곳 해남(여원)을 찾아 2년 만에 찾았다. 그는 꿈길에서 보았던 고향이 얼마나 정겨웠던가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진면목을 오늘에 와서 만나고 보니 혹시 꿈속은 아닐까 두려워하는 자기 모습을 보게 된다. 이정구의 지적대로 시인은 율시보다는 절구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는 작품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한자와 어구】
二年: 2년. 辛苦: 떠돌아다니다. 고생하다. 客: 나그네. 秦城: ‘진나라 성’이나 여기선 ‘서울 땅’을 뜻함. 夢見: 꿈 속에서 보다. 鄕山: 고향산. 別有情: 유별난 정겨움이 있다. 今日: 오늘. 却: 문득. 逢: 만나다. 眞面目: 진면목. 擧頭: 머리를 들다. 猶: 오히려. 파: 두렵다. 夢中行: 끔 속을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