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삼천리 화려강산?

리성일(보은 강신, 재부산 보은군민회장)

2002-05-25     보은신문
아카시아 꽃도 떨어지고 녹음도 더욱 짙어지고 햇볕이 따가운 것을 보니 여름인 듯 싶다. 계절을 초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4월이 되면 벚꽃축제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다.

매년 4월이면 진해 군항제를 비롯하여 제주도가 원산지라 하여 열리는 제주 왕 벚꽃 잔치,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전주, 군산가도의 벚꽃마라톤대회 및 군산 벚꽃예술제, 영암의 왕인문화 벚꽃축제, 남해 벚꽃 축제와 화개장터 벚꽃축제, 마이산 벚꽃축제, 경주 벚꽃 마라톤대회, 정읍 벚꽃축제, 남해 벚꽃축제, 사천 선진리성 벚꽃축제, 쌍계사 벚꽃축제, 경주 보문 벚꽃축제, 도당동 벚꽃축제, 완주 벚꽃축제, 학성공원 벚꽃축제, 애월골 벚꽃축제, 비단고을산 벚꽃축제, 부산 남천동 벚꽃축제...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매년 4월이면 보름동안 전국의 산야를 벚꽃으로 뒤덮은 듯 피었을 때 가족들이 손에 손을 마주잡고 희희낙락 산책을 하며 셔터를 누르는 모습도 아름답고, 함박눈이 쏟아진 듯 떨어져 쌓인 벚꽃 잎을 즈려 밟으며 걷는 청춘 남녀의 모습도 또한 아름답다. 왕벚꽃 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라서 인지 누가 심지도 않은 산에도 4월이면 흐드러지게 벚꽃이 피고, 심기만 하면 무럭무럭 자라 화려한 꽃을 피워 사람들을 즐겁게 하니까 가로수로 심고 아파트단지가 생기면 조경수로도 심고 신설학교를 세워도 벚꽃나무 몇 그루는 심는다.

아름다운 꽃을 즐기는 것을 누가 탓 하겠는가. 12∼3년 전 내가 어린이회관의 연구사로 근무 하던 때의 일이다. 부산의 어린이 대공원에 들어서니 벚꽃이 줄지어 길가에 화려하게 피어 있는 데 그 아래쪽에는 무궁화가 위로 뻗어갈 가지를 잘린 채 기가 꺾인 듯 서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가 광복은 되었으나 아직도 식민지 사관에서 광복되지 못한 것처럼 화려하게 핀 일본의 꽃인 사쿠라 꽃 밑에 무궁화는 우리민족에게도 대접은커녕 서러움을 받고 있는 것을 보니 참으로 한심스런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나는 신설학교의 교장이 되어 학교 조경을 할 때는 학교의 앞 제일 위쪽에는 무궁화를 심고 중간에는 부산시의 꽃 동백을 그 아래에는 교화인 개나리꽃을 심었으며 운동장 가장자리에는 느티나무를 심고 사쿠라(벚꽃)는 단한그루도 심지 않았다. 우리 국민이 우리나라꽃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대신 사랑하겠는가? 앞에 살펴보았듯이 벚꽃축제는 무수히 많은데 무궁화축제는 어떠한가? 천주교성지인 경기도 광주시 퇴천면 우산리 소재 천진 암에는 3,000여 평에 무궁화동산을 조성하여 무궁화 축제를 천주교 주관으로 여는 것이 유일한 축제이며 서울대공원, 인천대공원 무궁화 축제는 8월에 공원 한곳을 무궁화 전시장으로 만들어 일시적으로 여는 초라한 축제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무궁화공원이 있는 곳도 남궁억 선생의 고향인 홍천군이 유일하며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구석회옹 개인이 31,000평에 3.1무궁화동산을 만들어 놓았으니 얼마나 장한 일인가? 벚꽃은 지방 행정기관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하고 축제를 하는 반면에 무궁화축제는 행정기관에서 의도적으로 계획하는 곳이 없으니 지방자치단체장의 애국정신이 한심치 않은가? 애국가에도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라고 했는데 벚꽃 삼천리 화려강산이 되고 있으니 민족정기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우리고장의 자치단체에서라도 뜻있는 분이 다른 고장에서 못하고 있는 무궁화동산 만들기, 무궁화가로수 심기, 무궁화축제를 계획하여 실천한다면 전국에 특색 있는 자치단체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종곡초등학교(1회), 보은중학교(4회), 청주사범학교 졸업
·삼산, 종곡초에서 10년 근무하다 부산시 교육청장학사 부산 괴정·성남초등학교 교장 역임.
·2002년 2월말 정년 퇴임.
·재부 보은중동문회장 역임.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