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잎 꽃 나거든 나인가 여기소서 : 折柳=飜方曲 / 홍랑(여류시인)= 최경창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5】
2015-07-30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
자시는 창 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꽃 나거든 날인가 여기소서.
折柳寄與千里人 人爲試向庭前種 (홍랑作)
절류기여천리인 인위시향정전종
須知一夜生新葉 憔悴愁眉是妾身 (고죽作)
수지일야생신엽 초췌수미시첩신
새잎 꽃 나거든 나인가 여기소서(折柳)로 제목을 붙여보는 칠언절구다. 옛시조 원작자는 홍랑(洪娘)으로 함남 홍원 지역의 관기로 고죽 최경창의 첩이었을 뿐만 아니라 남편을 사랑하는 홍랑의 정성은 지극했다. 위 시조가 훗날 우리 시조 문학사에 최고의 절창 연시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당시 고죽의 나이는 방년 35세였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버들가지를 골라 꺾어 임에게 보내오니, 주무시는 방의 창가에 심어 두고 보시옵소서, 행여 밤비에 새 잎이라도 나면, 마치 나를 본 것처럼 여기소서]라는 시상이다.
위 한시는 홍랑이 고죽을 위해 지어 부른 [묏버들 가려 꺾어] 시조를 고죽 자신이 시조를 한시역한 이른바 [번방곡(?方曲)]이다. 이 시조에 화답하는 고죽의 [증홍랑시(贈洪娘詩)] 또한 이별의 애달픔이 가득 묻어난다. 두 시인이 연모지정을 담아 주고받은 시문이 절절하여 시적화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더 감상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다만 두 시인의 애틋한 사연만을 더 정리하고자 한다. 고죽은 홍원 현감의 양해를 얻어내 홍랑을 남장시킨 후 함께 경성 막중(幕中)으로 부임했다. 서울에서 천리 길이 넘는 경성은 군사적으로 중요한 변방 요충지로 처자식을 동행할 수 없었다.
이후 고죽은 경성 임지에서 관기와의 동거사실이 탄로나 곧바로 파직당한 뒤 중병에 들었다. 홍원에서 소식을 전해들은 홍랑은 다시 남장으로 7주야를 걸어 서울의 고죽 집을 찾아왔다. 정실부인 선산 임씨와의 극진한 간병으로 얼마 안 가 고죽은 쾌유됐다. 고죽의 첩실이 된 홍랑은 아들 ‘흡’을 낳게 된다.
【한자와 어구】
折柳: 버들가지. 寄與: 붙이어 주다. 千里人: 멀리 있는 임(사람). 人爲試: 사람들은 시험 삼아 ~을 하다. 向庭前種: 정원 앞을 향하여 심다.
須: 모름지기. 행여. 知: 알다. 一夜: 하룻밤 사이에. 生新葉: 새잎이 나다. 憔悴愁: 근심하여 수척하다. 眉: 눈으로. 是妾身: 이 신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