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좀 보시요!

김홍춘(충북학 사료 조사위원)

2002-05-18     보은신문
어느날 장자(莊子)가 조능이라는 사람의 밤나무 숲 울타리를 거닐던 중 날개 넓이가 일곱자나 되고 눈둘레는 한치나 되는 괴이한 까치 한마리가 장자의 이마를 스치며 밤나무 숲에 앉는 것을 보고 무의식 중에 "저놈은 도대체 어떤 새이기에 저렇게 넓은 날개를 가지고도 높이 날지 못하고 저렇게 큰눈을 가지고도 앞을 잘 보지 못하는가?" 라고 중얼거리면서 재빨리 새에게 다가가 화살을 겨누며 문득 한쪽을 보니 매미 한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제몸도 잊은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풀숲에는 사마귀 한마리가 숨어서 그 매미를 노리고 있었는데 사마귀 또한 매미를 잡는데 열중해 자신의 몸을 잊고 말았다. 그런데 좀전의 그 이상한 새 또한 자신의 몸이 장자에게 엿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체 바로 그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다. 장자는 이것을 보고 놀랍고 두려워 혼자 중얼거렸다. "아, 슬픈일이다. 생물은 원래 서로 해치고 이해(利害)는 서로 짝하는구나!" 장자는 얼른 화살을 버리고 도망치듯 그곳을 벗어났다.

그러자 밤숲지기는 도망가는 장자를 보고, 밤도둑이라 생각해 장자의 뒤를 쫓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집으로 돌아온 장자는 석달동안을 뜰 앞에도 나 앉지 않았다 한다. 어느덧 지방선거가 문턱에 들어서니 각후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까치와 매미와 사마귀처럼 온갖 마음과 몸을 선거를 향해 전력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마치 생사를 건 전쟁의 모습이 서서히 표출되고 있다. 물론 그들의 말대로 정녕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출사였다는 변에 대하여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웃의 편가름과 이전투구가 난무한다면 이어 그것은 첫단추가 잘못 꿰여졌지 않을까 한다. 이 시점에 진정 나는 무엇을 노리고 있으며, 나는 또 무엇으로부터 표적이 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자문이 필요치 않을까 한다. 또한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의하면 조선시대 청백리로 유명한 황희 정승이 벼슬길 오르기전 길을 가다 잠시 쉬고 있는데 옆논에서 한 농부가 소 두마리로 쟁기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큰소리로 "두마리의 소 중 어느 놈의 힘이 더 낫습니까?" 하고 물으니 손을 멈춘 농부가 황정승의 귀에 대고 "이쪽 소가 힘이 셉니다" 하니 의아한 황정승이 왜 귀에다 대고 조용히 말을 하시요.

하니 농부 왈 "비록 짐승이긴 하나 마음은 사람과 같을 것이니 이쪽이 세다면 저쪽이 약하다는 뜻이니 한쪽 소는 불평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하니 황정승은 감명을 받아 출사한 후에도 남의 장·단점을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에 의해 선택을 받고자 하는 후보자나 지지하는 운동원들 모두는 이제 잡다한 이전 투구에서 벗어나 잠시 한발 물러나 옆좀 살펴보는 여유를 갖음직도 하지 않을까?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