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난날 큰 바다에 구름 돛을 달고 : 詠日本척촉 / 희현당 신숙주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31】

2015-01-29     장 희 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척촉(??)은 진달랫과에 속한 낙엽 관목. 높이 2~5미터로, 잎은 어긋나지만 가지 끝에서는 많이 모여 난다. 5월경에 진달래꽃과 비슷한 깔때기 모양의 분홍과 연분홍 꽃이 피고, 열매는 10월에 익는다. 산지에 흔히 자라며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흔히 양척촉이라도 하는데 학명은 Rhododendron schlippenbachii이다. 진달래의 방언인 ‘창꽃’에 반하여 ‘개꽃’이라고도 하며 산객(山客), 철쭉으로 불리는 꽃을 읊은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詠日本척촉(영일본척촉) / 희현당 신숙주
외로운 배 부상바다 구름 돛 높이 달고
그 당시엔 여기쯤에 잠시 흥미 붙였는데
지금은 바라만보니 생각 그저 아득하네.
我昔雲帆掛大洋 孤舟五月繫扶桑
아석운범괘대양 고주오월계부상
當時暫寄須曳興 今日相看思渺茫
당시잠기수예흥 금일상간사묘망

내가 지난날 큰 바다에 구름 돛을 달고(詠日本척촉)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희현당(希賢堂) 신숙주(申叔舟:1417∼1475)로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공적이 많았다. 중국음을 훈민정음으로 표기하기 위하여 성삼문과 함께 명나라 한림학사 황찬(黃瓚)의 도움을 얻었다. 황찬은 그의 뛰어난 이해력에 감탄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내가 지난날 큰 바다에 구름 돛을 달고 / 5월에 외로운 배 부상에 매었다네 / 당시는 여기쯤에 잠시 흥미를 붙였었는데 / 지금은 서로 바라봄에 생각 그저 아득하기만 하여라]라고 번역된다.
위 시의 제목은 [일본 철쭉을 노래하다]로 번역된다. 일본꽃은 ‘사쿠라’라고 부르는 벚나무다. 그 나라에도 잘 자라지만 우리나라 곳곳에도 잘 자라는 나무다. 그런 가운데 일본 철쭉이라는 진달래꽃인 척촉 꽃을 보면서 시상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시적 배경이 되고 있다.
작가는 돛을 단 배를 타고 먼 대양을 항해하고 있다. 외로운 배가 해 돋는 부상바다에 그냥 매달려 있으니 자신이 수평선 멀리에 있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시상이다. 배를 타고 멀리 나가보았다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겠다.
화자는 마냥 흥미로웠을 것이다. 멀리서 보이는 진달래꽃인 척촉화도 보았겠지만 위 작품 표현의 배경이 되지는 못했다. 화자는 상상의 대마도도 머리에 떠올렸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시 볼 수 없는 그런 정경들을 생각하면서 바다에 몸을 기대고 있으면서 지난날을 상상하게 된다. 과거회상의 시상 전개를 멋지게 이끌어 내고 있음을 본다.
【한자와 어구】
我: 내가. 昔: 옛적. 雲帆掛: 구름 돛을 달고. 大洋: 큰 바다. 孤舟: 외로운 배. 繫: 매다. 扶桑: 부상, 해가 돋는 동쪽 바다를 빗대어 이름. 當時: 당시. 暫: 잠시. 寄須: 모름지기 의지하다. 曳興: 흥미를 붙이다. 今日: 요즈음엔. 相看: 서로 바라보다. 思: 생각. 渺茫: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