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난날 큰 바다에 구름 돛을 달고 : 詠日本척촉 / 희현당 신숙주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31】
2015-01-29 장 희 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외로운 배 부상바다 구름 돛 높이 달고
그 당시엔 여기쯤에 잠시 흥미 붙였는데
지금은 바라만보니 생각 그저 아득하네.
我昔雲帆掛大洋 孤舟五月繫扶桑
아석운범괘대양 고주오월계부상
當時暫寄須曳興 今日相看思渺茫
당시잠기수예흥 금일상간사묘망
내가 지난날 큰 바다에 구름 돛을 달고(詠日本척촉)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희현당(希賢堂) 신숙주(申叔舟:1417∼1475)로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공적이 많았다. 중국음을 훈민정음으로 표기하기 위하여 성삼문과 함께 명나라 한림학사 황찬(黃瓚)의 도움을 얻었다. 황찬은 그의 뛰어난 이해력에 감탄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내가 지난날 큰 바다에 구름 돛을 달고 / 5월에 외로운 배 부상에 매었다네 / 당시는 여기쯤에 잠시 흥미를 붙였었는데 / 지금은 서로 바라봄에 생각 그저 아득하기만 하여라]라고 번역된다.
위 시의 제목은 [일본 철쭉을 노래하다]로 번역된다. 일본꽃은 ‘사쿠라’라고 부르는 벚나무다. 그 나라에도 잘 자라지만 우리나라 곳곳에도 잘 자라는 나무다. 그런 가운데 일본 철쭉이라는 진달래꽃인 척촉 꽃을 보면서 시상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시적 배경이 되고 있다.
작가는 돛을 단 배를 타고 먼 대양을 항해하고 있다. 외로운 배가 해 돋는 부상바다에 그냥 매달려 있으니 자신이 수평선 멀리에 있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시상이다. 배를 타고 멀리 나가보았다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겠다.
화자는 마냥 흥미로웠을 것이다. 멀리서 보이는 진달래꽃인 척촉화도 보았겠지만 위 작품 표현의 배경이 되지는 못했다. 화자는 상상의 대마도도 머리에 떠올렸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시 볼 수 없는 그런 정경들을 생각하면서 바다에 몸을 기대고 있으면서 지난날을 상상하게 된다. 과거회상의 시상 전개를 멋지게 이끌어 내고 있음을 본다.
【한자와 어구】
我: 내가. 昔: 옛적. 雲帆掛: 구름 돛을 달고. 大洋: 큰 바다. 孤舟: 외로운 배. 繫: 매다. 扶桑: 부상, 해가 돋는 동쪽 바다를 빗대어 이름. 當時: 당시. 暫: 잠시. 寄須: 모름지기 의지하다. 曳興: 흥미를 붙이다. 今日: 요즈음엔. 相看: 서로 바라보다. 思: 생각. 渺茫: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