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빗 저 반달! 이젠 내게 필요 없어요 : 半月 / 명월 황진이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0】
2014-11-06 장 희 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직녀의 얼레빗을 옥으로 다듬었더니
오마 던 견우님은 소식도 감감 하니
그 시름 이기지 못해 허공 속에 던진다네.
誰斷崑崙玉 裁成織女梳
수단곤륜옥 재성직녀소
牽牛一去後 愁擲碧空虛
견우일거후 수척벽공허
얼레빗 저 반달! 이젠 내게 필요 없어요(半月)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 황진이(黃眞伊:생몰년 미상)는 조선 중기의 명기(名妓)다. 한시와 시조에 뛰어났다고는 하나 대부분 전하지 못하고, 한시 4수와 시조 6수 등이 [청구영언]에 전하고 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곤륜(崑崙)의 귀한 옥을 누가 캐어 / 직녀(織女)의 얼레빗을 만들었을까 /오마 던 임 견우(牽牛) 오시지 않고 / 시름에 못 이겨 허공에 던진 거라오]라는 시상이다.
황진이를 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3절이라 한다. 또한 그는 부안의 매창 이계랑, 성천의 운초 김부용과 더불어 조선 3대 시기(詩妓)로도 알려진다. 재색을 겸비한 조선조 최고의 명기인 그녀는 어디를 가든 선비들과 어깨를 겨루면서 뛰어난 한시나 시조로 음영했다. 가곡에도 뛰어나 가야금의 선녀(仙女)라고도 했다.
시인은 15세 때 이웃의 한 서생이 황진이를 사모하다 병으로 죽었는데, 영구(靈柩)가 황진이의 집 앞에 당도했을 때 말이 슬피 울며 나가지 않았다. 황진이가 속적삼으로 관을 덮어주자 움직여 나갔다 한다. 이 일이 있은 후 기생이 되었다는 말이 전한다. 처사(處士)인 서경덕이 학문이 높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시험하다가 그의 높은 인격에 탄복하여 평생 그를 사모했다 한다. 서경덕을 스승으로 모셨지만 내심 그의 마음속에는 깊은 연정을 느꼈던 것으로 짐작진다.
화자는 곤륜산 귀한 옥을 빗대어 견우와 직녀의 사랑 선물로 음영한 시적 감흥을 만난다. 결구(結句)에서 근심에 더는 못 이긴 나머지 얼레빗을 허공에 던졌다는 가구(佳句)의 비유법의 시심을 본다.
【한자와 어구】
誰: 누구. 斷: 끊다, 여기선 캐다. 崑崙玉: 곤륜산의 옥, 서왕모(西王母)가 살았으며 불사의 물이 흐른다고 믿었음. 裁成: 끊어서 만들다. 織女梳: 직녀가 사용하는 얼레빗. // 牽牛: 견우성. 一去後: 한번 떠나고 후로는. 愁: 시름에 겨워서. 擲: 던지다. 碧空虛: 허공, 푸른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