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대추는 과일이다
풍년에 생산량 급증…최상위 명품에 흠집 잡힐까 ‘촉각’
시장가격에 흔들리면 ‘명성에 금가고 농가도 희망 상실’

2014-09-25     김인호 기자
수년 사이 전국 톱클래스에 오른 보은군 대추가 올해도 대추시장에서 최상위 명품으로 각광을 이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10월 본격 출하를 앞두고 있는 보은대추는 지난해 1396농가가 재배면적 687㏊에서 1500톤을 생산해 매출 180억 원을 올린 것으로 집계되는 가운데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 두 배에 가까운 2500~3000톤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지난해 생대추는 없어 못 팔았을 정도로 생대추가 전폭적인 인기를 누렸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시장 여건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아 보인다. 태풍 피해가 없는데다 기상 여건이 좋아 전국적으로 풍년이 예상된다. 전국 대추생산액의 23%(2012년 통계 보은군 174억 매출)를 점유하고 있는 보은군만 해도 재배면적이 가파르게 늘고 작황이 좋아 대추 생산량이 작년보다 1000톤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과일로 인식되고 있는 생대추는 다른 과일에 비해 저장성이 현격히 떨어져 판매할 시간이 길어야 고작 한 달 이내, 극히 제한적이다.
최근 과일 값이 떨어지는 추세도 불리하다. 추석 성수기 1상자(2.5㎏)에 2만 원 가량 하던 사과가 지금은 1만원 내외로 뚝 떨어졌다. 배와 단감 등 다른 품목들도 작황이 좋아 가격이 하락하면서 유통업체는 산지 농가와 손을 잡고 앞 다퉈 과일 소비 촉진을 위한 할인 행사를 실시하거나 준비 중이다.
보은군이 올해 대추 2500톤 생산에 300억 원 이상 소득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받는 이유다. 농민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창식 대추재배농민은 “올해 보은대추는 기로에 서 있다. 풍작을 헤쳐 나가면 앞으로도 경쟁력이 있는 것이고 늘어난 물량을 주체하지 못해 가격이 주저앉으면 명품으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는 변곡점에 서 있다”고 전망했다. 보은군대추연합회가 지난해와 동일하게 대추가격을 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다른 주민은 “올해 보은지역 대추생산량은 양이나 품질 면에서 대추 명품화 사업이후 최고의 작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보은뿐 아니라 다른 지역 생산자들도 생대추 판매에 뛰어들어 보은대추는 새로운 경쟁에 부딪치고 있다. 보은대추산업의 새로운 전략마인드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 명품은 가격보다 자부심
지난해 산외면 이식2리의 오창식(64) 씨가 대추밭 600평에서 순소득 3000만원을 올려 화제를 뿌렸다.
이 씨에 따르면 그는 2007년 가로, 세로 2~4m 간격으로 대추나무(약 135주로 기억하고 있음)를 심어 지난해 제할 것 제하고 순소득으로 3000만원을 손에 쥐었다.
대추농가 사이에서도 놀랍다며 이목을 사로잡았다. 한해 농사로 평당 5만원, 나무 한 주당 22만 원, 30㎜ 1㎏ 2만원 기준 1500상자를 판셈이니 주변에서는 “땅을 판 액수를 얘기하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던지지만 엄지를 치켜세울 수밖에.
이 씨는 특별한 비결이 있냐는 질문에 “열심히 관리했을 뿐이다. 혼합퇴비에 보은농업기술센터 최병욱 기술담당관이 교육한대로 그대로 따라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자연적 조건을 들었다. “밭 위치가 좋았다. 바람도 잘 들고 풍향도 좋고 양지라서 대추가 많이 달린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는 걱정을 지을 수 없다. “너무 대풍이다 보니 가격이 문제다. 올해부터 보은대추는 수확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가격파동이 일어난다면 보은대추 명성에 흠이 날수 있다. 작년도 가격을 유지하려는 목적도 명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시장원리대로 풍년이면 가격을 내리고 반대일 경우 가격이 오른다면 보은대추 명성에 금이 갈뿐더러 농민들도 희망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보은대추 특성상 대추가격을 동결하자는 농가들의 의견이 99.9%였다.”
10월 10일 전후로 출하시기를 잡고있는 이씨도 재배면적이 늘었다. 올해 비가림 1500평, 노지재배 400평이지만 노지의 대추는 맛이 제대로 안나 출하는 포기하지만 7000만 원 이상 소득을 목표로 잡고 있다.
“작년에 양이 얼마 안 돼 거저나간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 인천, 청주 등 자매결연지 판매는 하지 못했고 인터넷과 전화주문, 대추축제장에서만 판매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거래처 확보가 문제다. 보은군 전체 생산량을 볼 때 행정기관이나 농협에서 수매 또는 판로확보에 나서야 앞으로 안정적인 생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박호남 보은산림조합장의 말처럼 보은군이 가공에 손댈 것 없이 대기업에 위탁을 주던지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오창식 씨는 1994년 산외단위농협 조합장을 지내기도 해 농협 사정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농협이 매취사업 등에 뛰어드는 것은 큰 모험일 수 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