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피의자 전환 소식에 지역이 냉담하다 ‘왜’

2014-09-04     김인호 기자

정상혁 군수를 향한 경찰의 칼날에 시선이 모아진다. 추석 연휴 때도 수사 관련 얘기가 가장 뜨거운 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청주지검은 지난달 25일 ‘정 군수를 입건하는 수사지휘를 경찰에 내려 보냈다’고 밝혔다. 출판기념회에 공무원을 동원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정 군수가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것이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지 4개월, 검찰에 요청한지 한 달 만이다. 피의자란 범죄의 혐의를 받아 수사의 대상이 되어 있으나 아직 법원에 공소제기를 당하지 않은 자를 말한다.
검찰은 정 군수가 출판기념회 초청장 발송 과정에서 군이 업무상 관리하는 다수의 군민정보가 사용된 점에 대해 공직선거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곧 정 군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출판기념회에 대한 공무원의 기획 관여와 일부 유권자에 대한 기부행위 의혹에 대해서도 보강수사를 벌여 추가 입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앞서 정 군수는 지난 3월 보은국민체육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지난 4월 말께 출판기념회에 공무원들이 직접 개입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경찰은 공무원의 출판기념회 개입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보고 지난 5월 보은군청 공무원 4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일단 지역에선 정 군수에 대한 경찰 수사를 곱지 않게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지역주민 10명에게 경찰 수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8명이 지역 안정을 내세워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이중 한명은 수사 중인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었으며 긍정적으로 답한 주민은 “잘못한 점이 있으면 심판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대답했다. 아마도 정 군수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다수의 군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군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는 소식이 하필 보은군이 개최하는 충북도민체육대회 개막식이 열리는 25일, 접하면서 여론이 더 싸늘하게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군청 압수수색은 지방선거운동 첫날인 5월 22일에 하더니 입건 결정도 160만 도민이 화합하는 첫날 한 것을 보면 수사기관이 보은군민이나 도민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들이 적지 않았다. 한 언론은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얻고 있는 아이스 버킷 열풍과는 비교도 안 될 차디찬 얼음물이 충북인의 머리 위로 보란 듯이 퍼붜졌다”며 입건 지시를 내린 타이밍을 혹평하고 의도에 물음표를 던졌다.
정 군수는 이번 수사에 앞서 작년 12월까지 무려 8개월간 보안등 관련 특혜의혹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정 군수가 무혐의 처분되면서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이번 수사를 놓고 정치적 운명이 걸린 정 군수와 자존심 구긴 충북경찰청 간 양보할 수 없는 2라운드 사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수사상황을 주목했다. 지역에선 수사 대상만도 29건에 달한다는 정 군수의 입건 소식에 대체로 말을 아끼면서도 “웃기는 일이다. 뭐하는 ×이냐”는 냉담한 반응이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보궐선거가 치러질 수 있고 경찰이 표적 수사한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경찰의 수사가 설득력과 공감대를 얻을지 그 결과가 매우 궁금하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