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수있는 것만해도 큰 행복"

빨간 깃발의 염소할아버지 노양우씨

1999-10-16     곽주희
교직에서 퇴직한 후 87세 되신 노모를 모시고 부인과 함께 염소를 키우며 행복한 전원생활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빨간 깃발의 염소할아버지로 유명한 노양우씨(65. 보은 금굴)는 매일 아침 5시만 되면 새벽안개를 헤치며 빨간 깃발을 들고 염소떼를 몰고 도로를 지나 보청천 둑방으로 풀을 뜯기러 간다. 교직생활 중 청주교대에서 교육을 받고 잠시 쉬기 위해 청주 중앙공원을 찾게 된 것이 노씨의 인생을 새롭게 바뀌었던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중앙공원에서 아무런 하는 일없이 그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을 보고 퇴직후 조그마한 농장을 하나 꾸려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10년전 양계장을 구입, 7천수에 가까운 닭을 키우고 있었으나 업자(상인)들의 횡포와 약병아리의 판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 누적되는 사료값을 충당하지 못해 닭을 모두 처분하고 염소 20~30마리를 구입, 염소를 키우기 시작했으나 제대로 관리를 하지못해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퇴직 후 남아있던 8마리의 염소를 가지고 키우기 시작한 노씨는 사료값을 절약하기 위해 보청천 둑방에 널려있는 풀을 염소에게 먹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매일 아침 5시에 보청천 둑방으로 나가 풀을 뜯기고 2시간후에 다시 돌아오고 오후 5시에 다시 둑방으로 나가 풀을 뜯기고 2시간후 다시 돌아오는 등 아침 저녁으로 제방으로 풀을 뜯기러 가는 시간 이외에도 먹이를 주지 않아 6개월 정도는 사료를 먹이지 않고도 잘 키울 수 있다고 한다. 현재 110마리의 염소를 키우고 있다.

또 겨울철을 대비해 건초를 만들고 부부가 같이 인근 야산에 올라가 떨어진 솔잎을 모아 사료대신 먹이고 있다. 솔잎을 먹이고 부터는 염소가 질병에 걸리지 않는 등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솔잎과 볏짚, 건초를 섞어 먹이고 가끔 사료를 주고 있어 사료값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수건을 머리에 쓰고 열심히 솔잎을 모으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 없다"고 말하는 노씨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보람이며 행복이라고 말한다.

빨간 깃발은 도로를 질주하는 차를 세우고 염소를 통솔하기 위해 막대기 끝에 매달고 다닌 것이 이제는 노씨의 별명이 되어 버렸다. 산외면 신정리가 고향인 노씨는 장갑초와 보은중을 거쳐 청주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57년 경남 산청 매촌초등학교에서 첫 교편생활에 시작, 지난 94년 수한초교 교감으로 명예 퇴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