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땅을 밟자
2001-04-21 송진선
수구초심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우리들에게 고향은 생각할수록 애틋하고 푸근하고 넉넉한 마음을 갖게해주는 정서가 살아있다. 그러나 그렇게 넉넉하고 포근하고 생각만해도 아련해지는 고향이 마음속에서 조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지 고향은 도시에서 찾아오기 복잡하고 힘들고, 그래서 도시에서 편안하게 살다가 나중에 뼈를 묻기 위한 곳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욱이 2세대들은 고향이 따로 없다. 사실 그들에게 아버지의 고향은 살기 불편한 곳 쯤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 곳일 수 있다. 그래서 고향 땅 밟기를 하자는 것이다. 제사 때나 명절 때 한 번씩 오가는 것 가지고는 고향을 상기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이렇게 고향땅을 밟는 것도 오고싶다는 마음보다는 의무감이 더 클 것이다. 더구나 전 가족이 오는 것이 아니고 교통이 복잡하다. 시간이 없다고 해서 아버지 혼자, 아니면 부부만, 아버지와 큰 아들만 겨우 고향을 찾아와 제사를 지내고 명절을 보내고 가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출향인 단체에서 가족 전체가 참석하는 고향땅 밟기 행사를 개최하면 아버지의 고향, 할머니가 사신 곳, 할아버지가 농사를 짓던 곳이란 것을 심어줄 수가 있다.
1세대에게는 어릴 적 물장구치며 놀던 곳, 숨바꼭질 하던 곳, 이웃 동네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갈때 기다리고 있다고 괜히 시비걸며 싸움하던 곳, 이웃집 순이와 몰래 만나며 첫사랑을 키우던 곳 등등 추억이 어려있지만 2세대는 그런 추억이 없다. 단지 아버지의 고향이란 것밖에 연관이 없다.
그런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고향의 색깔을 보고 느끼고 가슴에 담아갈 수 있도록 해보자. 속리산, 법주사, 정이품송, 삼년산성, 99칸 고가, 물고기 노니는 하천, 봄이면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산너머로 지는 노을, 밤하늘을 총총히 수놓은 별, 청아한 밤하늘 달빛, 땅기운을 솟게 만드는 밝은 아침햇살 등은 고향 보은의 자산이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고향에서만 볼 수 있는 색깔이 있는 것이다. 출향인사의 날, 속리축전 등 큰 행사에만 겨우 짬을 내 행사에만 참석했다가 다시 부리나케 도시로, 도시로 뿔뿔이 흩어지는 것으로는 그런 고향의 여유로움을 담아갈 수가 없다.
전 가족이 참여하는 고향땅 밟기 행사는 가족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다. 그런 후 도시에서의 생활은 더욱 알차고 값지게 엮어갈 수 있을 것이다.
출향인들이 떨어뜨리고 간 정으로 고향의 경제도 살아나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도 보은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