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황사가 아닌 미세먼지
2014-03-20 박진수 기자
내몽골과 고비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지난 17일 한반도를 통과하는 동안 보은과 가까운 청원군의 미세먼지 농도는 559㎍/㎥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 농도는 지난해보다 최고 7배, 10배까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슈퍼황사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3년전 호주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공항에 내려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놀랄만한 광경을 목격했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대부분이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황사가 생겨 노란흙먼지로 뒤덮힌 차량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과 코를 막아야 했다. 맑고 깨끗한 청정지역이라는 호주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광경이었다. 한국 같으면 외부활동을 자제할 정도였지만 현지 사람들은 태연하다 못해 아무 문제가 없는 듯 일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가이드에게 물었다. “저거 황사 아닙니까?” 역시 황사였다. 가이드 답변은 “황사입니다. 여기서는 엘로우스카이라는 표현을 쓰고 한국의 미세먼지, 오염된 황사가 아닌 깨끗한 황사입니다” 얼핏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인즉 한국의 황사는 내몽골에서 발생해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몰려오는 오염된 황사가 아니라 호주의 황사는 호주사막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모래바람이었던 것이다. 지형적인 위치에 따라 황사의 차이를 실감한 경험이었다.
한동안 한반도의 황사 역시 산성화된 토양을 중성화시킬 수 있는 토양제라는 장점을 부각시켜 황사의 이로운 점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황사가 아닌 미세먼지라는 표현 에서도 말해주듯이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극복해야만 하는 숙제가 되고 있다.
하나의 공동체라는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겪어야만할 자연현상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중국대륙의 인위적인 환경피해에 대한 한반도의 피해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슈퍼황사,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점점 길어지고 있는 시점에 중국의 무분별한 개발에 의한 간접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올해도 반갑지 않은 미세먼지가 봄이 되기도 전에 찾아왔다. 농번기에 바쁜 요즘 일터에 나가기가 겁날 정도로 시야를 가리는 황사에 외부활동은 물론 답답함을 호소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노인들과 아이들의 외부활동은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무대책으로 인내하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자연 앞에 인간의 무기력함을 어느때보다 실감하고 있다.
지구의 자연현상을 막을 수는 없어도 이를 극복하고 재생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난개발과 무분별한 자연훼손으로 인한 지구의 사막화를 막고 20세기 산업화의 방식이 21세기의 재앙으로 이어지는 현실은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호주의 청정한 자연을 상징하듯 황사가 피해가 아닌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산성화된 토양을 중성화 시켜주고 화려한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미세먼지가 아닌 다시 황사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