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희망가를 불러야 하는가
2013-12-26 최동철
이렇듯 시간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하염없이 흘러간다. 그래서 오지 않을듯했던 늙음과 죽음을 부지불식간에 오게 한다. 끝없을 줄 알았던 권력과 풍요로움의 시간도 속절없이 종말을 고하게 한다.
연초만 해도 많은 국민들은 기대에 한껏 부풀어있었다. 경제민주화로 국력을 더욱 단단히 다질 줄 알았다. 공약대로 조금씩이나마 골고루 주어지는 복지혜택을 꿈꿨다. 직전 정권의 말 많고 탈 많았던 문제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쇄신하여 미래를 창조하는 국정전반의 기틀을 다지는 멋진 모습을 그렸다.
그런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듯하다.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 중 622명에게 올해의 사자성어를 설문조사한 결과 32.7% 에 해당하는 204명이 ‘도행역시(倒行逆施)’를 뽑았다고 한다. 도행역시는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 한다’는 뜻도 갖고 있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육영수 중앙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출현 이후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 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라는 의미에서 도행역시를 추천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도행역시를 선택한 교수들도 ‘새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 유신시대를 떠올릴 정도로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부녀대통령으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과거의 답답했던 시대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민주주의를 통한 복지사회의 구현이라는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공약들은 파기되고 민주주의의 후퇴와 공안통치 및 양극화 심화 쪽으로 가고 있다’는 등 크게 우려하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침묵하는 대중의 세상을 보는 눈은 결국 엇비슷하다. ‘순천자(順天者)는 존(存)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는 공자의 말씀도 있다. 하늘의 뜻에 순종하는 사람은 살고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사람은 망한다는 의미이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 곧 하늘의 뜻이라고 한다.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 하늘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도행역시로는 순천자가 될 수 없다.
순리대로 풀어야만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덧없이 꿈같도다’라는 희망가를 부르지 않게 될 것이다.
잘 가거라. 계사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