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님 기일에 부쳐

2013-12-19     이재홍 전 재무과장
오늘은 조부님 기일이다. 조부님의 후손이 어찌 나 하나뿐인가?
제사를 지낼 후손들이 저마다 바쁘다고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겠다 연락이 온다. 오늘이 조부님 기일이라는 것 자체도 기억하고 있지않고 바쁘게 살아가는 후손들이 있다.
그래도 시아버님 제사는 내손으로 차려드리겠다고 어머님과 숙모님들께서 오셔서 아내와 함께 제사 음식을 장만하신다. 조상님을 섬기는 것은 요즈음의 젊은이들이 따라갈 수 가 없는 것 같다.
어렸을 적 제삿날이 되면 일가 친척들이 두루 모여 선조님들의 살아 생전의 일상들을 이야기 하시며 님들을 추모하는 그 다정다감했던 모습을 오늘에 와서는 찾아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혼자 제사를 모시려하니 조부님께 죄스러워지는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사를 다 모시고나서 어머님과 숙모님들께서는 조부님이 살아계실때를 회상하시며 엄하셨지만 당신들을 사랑하셨다고 서로들 도란도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신다. 그 중에도 맏며느리로 가장 사랑을 많이 받으셨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숙모님들께서도 공감하시며 어머님께서 조부님의 사랑을 제일 많이 받으셨다고 맞장구를 치신다. 한편에서 나 또한 지난날 할아버님의 사랑을 회상해본다.
오늘 조부님 제사를 포함해 이번 달 들어 세 번째 제사를 지냈다.
일 년이면 우리 집도 기제사만 여섯 번 정도 지낸다. 물론 내 직계만이지만. 명절 제사까지 포함하면 그래도 많은 편이 아닌가 생각된다.
백수가 되고 보니 종중의 일을 보라며 일가 어른들이 나를 반긴다.
아버님이 생전에 종사 일을 열심히 보신 관계로 “아버님을 대신해서 네가 이어받아 일해야 되지 않겠냐고” 말씀들을 하신다.
일가 어른들을 따라 종사에 임하면서 조상을 섬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알고자해서 쉽게 알아지는 것이 아닌 것이 종사일인 것 같다.
요즈음의 세태가 과거 우리 조상들이 품위를 유지하고 행했던 틀에 짜여진 격식대로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기제사를 지내는 것도 현대 우리세대의 변화에 발 맞춰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사례를 우리 주위에서 보게 된다. 어느 집안에서는 제일 먼저 다가오는 조상님의 기일에 맞춰 한꺼번에 행하는 집안이 있고, 어느 집안은 한식을 전후해서 한번 행하는 집안도 있고, 또 어느 집안은 금초 일을 날 잡아 제사를 한번 몰아서 지내는 집안이 있는가하면, 명절제사로 갈음하고마는 집안 등 많은 변화가 있음을 우리 주위에서 볼 수가 있다.
복잡다단한 오늘을 살아가는 후손들의 편의에 의해서 조상님들도 이해해야하는…아니 어쩔 수 없이 감수하셔야하지 않을까 생각되어진다.
다양하게 변하는 제삿날의 모습이지만 조상을 위하는 마음만은 한결같기를 희망해본다. 작금의 우리 후손들은 과거 선조님들처럼 조상님들의 위덕을 기리는 그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라고 자위하지만… 공감하지 않을까? 모두들!
조부님 제사를 지내면서 우리 집안도 변화를 추구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생각만으로도 조상님들께 불효하는 것 같지만… 불편한 몸으로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아내를 보노라면 생각을 하게 된다. 대가족 세대에서 핵가족화 해가는 오늘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와 같이 조상님들을 위하고 뜻을 받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젊은 세대의 뜻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급변해가고 있는 세태에 순응하면서 조화하는 것이라 생각해본다. 우리 모두 한번쯤 생각해보십시다. 조상님을 어떻게 받들어 모셔야 하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