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키우는 시절
2013-12-05 종곡초등학교 교감 이영란
필자는 보은 시골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청주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였다. 모든 것이 낯설고 시골티를 벗어나지 못하여 항상 수줍어 말 못하던 시골 소녀는 도시 생활을 적응하기에 너무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 와 생각 해 보면 여고 시절이란 얼마나 행복하고, 생기있고, 꿈이 있는 인생의 황금기였던가?
하이얀 뾰족 칼라에 작업복 같은 바지 교복은 3년 동안 공부의 틀과 내 삶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수다시절의 절정기였다. 그 시절이 벌써 반세기가 지나 가을에 동창이라는 울타리에서 다시 만난 우리들.......
먼 산을 바라보며 백합꽃의 시를 지어 읊어 주시고 ‘낙엽을 태우며’라는 수필로 우리 인생의 마지막에 향기를 품을 수 있는 생활이 진정한 삶이라고 강조하시던 국어 선생님, 수학시간에 머리 아픈 미분 적분을 가르치며 사회에서는 별 쓸모없는 수학이지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키우는 데는 수학이 최고라고 열을 올리시던 수학 선생님, 앞으로 너희들이 50대가 되면 집집마다 자가용이 있고 전화를 걸으면서 살 수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로 우리를 유혹했던 사회 선생님(지금은 현실이 되었지만) 여름철 교문 밖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뻥튀기의 냄새가 단잠을 깨울 때 이 세상의 모든 자연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도움을 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물을 전공해야 한다고 우리들을 유인(?) 했던 생물선생님, 앞으로는 영어를 잘 해야 글로벌 시대를 살아 갈 수 있다고 팝송을 들려주며 빨간 얼굴로 유명한 가수와 같은 이름이었던 영어 선생님, 생활관에서 큰절을 가르치며 공부를 잘 하는 여학생보다 마음이 예쁘고, 어른한테 공손한 여성이 되어야 가정이 화목하고 나라가 편안하다는 가정 선생님 등 모든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던 40년전 여고생들!
누가 먼저라고 이야기 하지 않아도, 누가 지휘를 할 거냐고 묻지 않아도 흥에 겨워 함께 불러 본 교가는 사춘기 여고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고 앞날을 설계하라는 의미 있는 가사들로 타임머신을 타고 연꽃과 부레옥잠의 보라 꽃이 우리를 유혹하던 청명원의 호수로 날아가 소녀였던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얼룩새의 몸은 하나이지만 몸의 색깔은 수없이 많듯 사람 역시 몸은 하나이지만 마음의 얼룩은 얼룩새의 빛깔보다 더 많으니라’ 는 부처님의 말씀 같이 사회 곳곳에서 긍정적이고 활기찬 희망의 얼룩새들이 행복의 웃음을 마음껏 펼쳤던 동창들의 웃음소리가 귓전에 아련하다.
그래, 우리들은 행복의 웃음을 머금고 내일의 인재가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기만을 위한 행복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하는 행복한 사람을 만들어 급한 것 보다 소중한 것에 시간을 할애하여 더불어 사는 삶을 만드는 행복한 사람을 키우는 멋진 시절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자. 오늘도 작은 까페의 공간에서 할머니가 된 뾰족 칼라 여고생이었던 친구들의 알콩달콩 손자 손녀들 자랑하는 바보 할머니가 된 이야기로 또 한번 크게 웃고 떠들어 볼 시간이다.
아! 우리들의 행복을 키웠던 여고시절이 그립다. 가끔은 과거를 먹고 사는 인생도 괜찮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