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아닌 자식으로 효 실천하는 사람"

회북면 고석리 송준선씨(34)

1999-07-24     보은신문
장남이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사회의 그릇된 통념속에서 딸과 사위가 부모와 할머니를 모시며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주위 사람들로부터 귀감이 되고 있다. 회북면 고석리 마을 중심지와는 조금 벗어난 선돌이라고 불리는 동네에 살고 있는 송준선(34)씨가 화제의 주인공. 충북 제천이 고향이 송씨는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불우한 환경속에서 성장하다가 서울로 상경해 어려운 삶을 시작했다.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정직한 삶을 살아가던 송씨의 마음 한구석에는 행복한 가정을 이뤄보겠다는 일념이 가득했으며 이러한 송씨의 바램은 부인 장미자씨를 만나면서 잃어버렸던 가정의 소중함을 채울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7년전 경기도 의정부에서 생활하던 송씨는 처가집이 있는 보은으로 이사를 결심했고 지금 살고 있는 처가집의 인근 마을로 이사를 했다. 당시 거동이 불편해 대소변을 받아야 했던 할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고 계시는 장인, 장모님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넉넉하지 않았던 송씨의 가정 형편으로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속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당시 병든 할머님과 정신이상인 장인의 수발까지 도맡았던 장모님마저 교통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당연히 자신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처가집으로 이사를 했고 좌절의 연속이었던 처가집은 사위가 아닌 자식을 얻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송씨가 처가집으로 이사오면서 병든 할머님의 수발은 부인의 몫이었고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할 가장이 되어 어깨가 무거웠지만 딸 지나(7)와 아들 진성(3)이에게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를 선물했다는 마음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지난 95년 살고 있던 집이 도로로 편입될 것으로 알고 대출을 받아 새로 지은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할머님과 장인, 장모님을 안락한 환경에서 편안히 모실 수는 있지만 송씨에게는 집을 짓기 위해 받은 대출금을 갚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가집까지 경제를 책임지던 송씨는 지난해 IMF로 그나마 일자리도 잃어 경제적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최근 송씨는 1톤 화물차를 할부로 구입해 화물용달 일을 했지만 요즘들어 일이없어 할부가 연체될 정도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어도 함께 고민하고 걱정해 주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이러한 송씨의 효행이 인정돼 지난 7일 충북여성민우회(회장 강혜숙)가 선정한 올해의 효녀·효서상 시상에서 송준선씨가 장한사위상을 받아 사회적 효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이제 송씨는 사위가 아닌 자식으로 장인, 장모님이 아닌 친부모님처럼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구성하면서 새로운 가족문화를 열어가는 요즘 보기드문효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