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허깨비는 물러가라

2013-11-21     최동철
지방선거가 속속 다가오면서 예의 허깨비 군상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권자들은 아직 이렇다 할 어떤 생각조차 없는데 그들은 들떠서 춤추듯 나다닌다.

들리기에, 어떤 허깨비는 감투를 바꿔 써보겠다고 한단다. 또 어떤 허깨비와 또 다른 허깨비는 썼던 감투 내지 새 감투를 쓰게 해달라고 일일이 읍소하며 얼굴을 내비친다고 한다.

마치 요즘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인 극에 달한 사치풍조를 보는 것과 같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낭비심리가 준동하는 작금의 세태 말이다.

예식비용으로 몇 천, 몇 억 원을 쓴다. 수 억 원짜리 외제 자동차 그리고 손가방 하나,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도 명품이라며 큰 돈 썼음을 우쭐댄다. 이러한 망조의 현실처럼 허깨비의 춤도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개인심리학의 창시자 알프레드 애들러(Alfred Adler)는 이 같은 허깨비 부류에 대해 ‘열등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자기과시욕에 사로잡힌 허깨비들은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낮게 평가하거나 남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학대한다. 더불어 이런 강박심리에 대한 반발로서 자신을 역시 필요이상 높이거나 과시하려 하는 심리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철만 되면 되든 말든 감투를 탐하며 ‘부나방’처럼 뛰어들 채비를 한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과시하려고 하면 할수록 자신감은 더욱 상실된다는 것을 그들만이 모를 뿐이다.

한국 역사소설을 재조명하고 있는 조정래의 1976년 작 ‘허깨비 춤’은 힘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근래 텔레비전 드라마 주제로 대부분 등장하는 재벌 류 이야기처럼 돈을 많이 가진 재벌과 가난한 자들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허깨비 졸부 강 사장은 애초 가난뱅이 농사꾼이었다. 그런데 부동산 붐이 일면서 졸지에 재벌이 된다. 얼떨결에 부동산 투자를 통한 축재요령에도 눈을 뜬다. 그야말로 돈 맛을 알게 된 그는 명예욕도 생겨 곧 지역유지로 승격한다.

하지만 그는 어마어마한 재산과 인격과의 조화가 아직 미성숙한 상태의 재벌에 불과했다. 이를테면 부채에 시달려 할 수 없이 집을 헐값에라도 매매해야 하는 서민의 약점을 이용해서 더욱 싼값에 사들여 막대한 불로소득을 취하는 행위 등을 일삼았다. 허깨비 강 사장은 겉과 달리 또 하나의 사회악일 뿐이었다.

이처럼 자기과시, 영욕만을 위해 선거판을 갸웃대는 허깨비는 이제 물러가라. 보은군의 앞날과 군민의 안위만을 진정 걱정하며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는 자만이 출마할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