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를 통째 삼키다
2013-10-10 최동철
이들 후보군 중 ‘낙선’이라는 쓰라린 경험만을 가지고 있는 인사가 있다면 한번쯤 되짚어 볼 만한 고사성어가 있다. 각종 시험에 연이어 ‘낙방’하는 사람들도 참고해 볼만한 내용이다.
‘대추를 통째 삼킨다’는 '홀륜탄조'라는 고사가 있다. 송나라 때 성리학자인 주희(朱熹)의 글에서 나온다.
과거시험에 번번이 낙방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연회를 베풀고 손님을 초대하여 자신이 계속 과거시험에 낙방하는 원인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자 했다. 그는 손님들에게 술과 밥 그리고 과일을 대접하고는, 자신도 배와 대추를 몇 개씩 먹었다.
손님 중에 의술에 정통한 사람이 있어 "배는 많이 먹으면 비위가 상하지만 이에는 좋다“고 말했다. 또 ”대추는 비위에는 유익하지만 치아에는 해로우니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일러주었다. 이 말을 듣고 한참 생각하던 그가 "그러면 배는 씹어서 먹고, 동시에 대추는 씹지 않고 통째로 삼켜 버리면 비위도 유익하고 치아도 좋아 질 것이다"라고 말하고는 배와 대추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의술에 정통한 사람은 그에게 평소 연습한 문장을 보여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가 가져온 몇 편의 글을 읽어 보고 나서 "시는 운율에 어긋나고 문장도 조리에 맞지 않으며, 전고(典故)를 잘못 사용한 곳도 있고 원래의 뜻을 잘못 이해한 것도 있다. 대추를 통째로 삼키 듯 공부를 하였으니 번번이 낙방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깨우침을 주었다.
여기에서 유래된 홀륜탄조는 사물을 수박 겉핥기로 대충 이해하거나, 학문을 하면서 깊이 이해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즉 무엇인가 성취를 이루려면 먼저 대상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다음 진지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대충 두루뭉술하게 배워서는 제대로 된 지식을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인 것이다.
보은군의 번영과 발전을 꾀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면 먼저 진지한 심사숙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보은군이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고 향후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문제는 또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번영을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절실한지에 대한 분석과 검토를 해보아야 한다.
물론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가려운 곳을 찾아낼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직접 깨우치지 못하고 남의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대추를 통째 삼키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