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늙고 병든다
2013-10-02 최동철 칼럼
노인의 날이라 해서 뭐 특별한 것은 없다. 우리 민족이 대외적으로 늘 자랑해왔던 ‘경로효친사상’을 잠깐이라도 되새겨본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이미 세상은 변했고 노인들은 이제 골칫거리 대상이 됐다. 돈이 없어 약속했던 공약을 다 지킬 수 없게 됐다는 사과의 말만 거듭 들어줘야 하는 신세가 됐다.
‘산업의 역군’ ‘근대화의 기수’로 불리며 ‘한강의 기적’을 창출했던 그 시절 무시당하지 않던 젊음이 그리울 뿐이다.
역사적으로 전쟁이 나거나 먹고 살기 힘든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면 그 사회에서 가장 필요없는 존재는 노약자였다. 싸울 힘도 없고 노동력도 없는 어린이와 병든 자, 나이 많은 노인은 그저 ‘밥벌레’에 불과했다. 특히 미래가 없는 병든 노인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깊은 산중 홀로 헤쳐 나올 수 없는 골짜기에 업어다 놓았다. 이른바 ‘고려장’이었다.
현재도 형태만 다를 뿐 거의 강요된 고려장이 실현되고 있다. 노후 준비가 안 된 노인들을 방치하는 것 자체가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과 빈곤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사회보장 제도는 빈약하다.
자식들이 노인 부모를 봉양하던 시대는 끝났다. 설사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싶어도 간단치가 않다. 맞벌이 부부다 보니 모실 수 없는 형편의 집안도 있다. 또한 효성만 있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치매나 중풍에 걸린 부모를 수발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부모 봉양문제로 형제자매 사이에 다투기도 하고 가정 파탄까지 이른 집안도 있다. 이러한 사정을 익히 알고 있는 노인들의 입장은 노후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자신을 탓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 대부분은 자신이 번 돈 거개를 자녀의 교육비와 결혼비용 등에 사용했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 별도의 노후보장 준비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기야 노인복지 선진국이라 할 이웃나라 일본도 요즘 노인의 노후문제로 딜레마에 빠져있기는 하다.
노인 연금 육만오천 엔(우리 돈 약 칠십만 원)을 받는 노인층 삼백만 명이 매달 이사를 하는 표류생활을 하고 있다 한다. 열심히 노후준비를 했지만 결국 지급되는 연금이 오르는 임대료 등 물가인상을 따라잡지 못해 노숙자 같은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노인들이 건강하게 잘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국가가 적극 실천해야 할 일이다. 그들은 젊은 시절 국가의 번영을 위해 희생한 역군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