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火魔)가 설치는 계절
2013-09-26 최동철
지난 추석날 산외면 원평리 한 농가의 창고용 컨테이너에서 전기장판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소방당국의 긴급출동으로 일찍 진화됐다. 컨테이너 일부분이 탔으나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추석을 맞아 귀성한 가족들 일부가 전기장판을 켜고 잤다고 한다. 그 뒤 아침에 ‘스위치 끄기’를 잊어버린 채 외출해 전기 과열 탓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 삼승면 서원리의 한 농가 창고에서도 추석 전날 불이 났다. 이 불은 슬레이트 지붕 건물 과 가재도구 등을 태워 소방서 추산 이천삼백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빈집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지난 13일 새벽에 발생했던 보은읍 삼산리 유흥주점 화재는 이십여 분만에 진화됐지만 피해가 너무 컸다. 엘피지(LPG)가스통 폭발로 인한 높은 온도의 화염 탓에 호흡할 때 공기가 지나가는 기도(氣道)에 화상을 입었던 30대 여종업원이 치료 중 지난 18일 끝내 숨졌다.
이 화재로 당시 술을 마시다 미처 피하지 못한 남자손님과 여종업원 두 명은 현장에서 소실했다. 대전과 서울 화상전문병원으로 각각 이송되어 치료를 받던 두 명의 여종업원도 차례로 숨을 거두었다. 화마는 네 명의 귀중한 생명과 그들의 가족에게서 꿈과 사랑을 뺏어갔다.
이렇듯 화재사고는 삽시간에 막대한 재산피해와 인명손실을 준다. 그런데 화재는 거의 대부분 한 사람의 조그마한 부주의로 인한 잘못이나 실화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한테야 화재 같은 불상사가 일어날 턱이 있나’하는 위험불감증 등 방심에서 비롯되기 일쑤다.
농촌지역인 만큼 농산물 등에서 나온 폐기물이나 잡쓰레기를 태울 때가 많다. 오래된 농가나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 건물 대부분은 전기선 이음새 상태가 불량하고 얼기설기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콘센트 등 시설 등도 건드리면 쉬 부서질 정도로 낡아있다. 엘피지 가스통을 실내에 두고 사용하는 경우마저 있다.
대충 손꼽아도 이 정도 현실상황은 주변에 얼마든지 널려있다. 누구나 언제든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설마’ 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만 옹고집처럼 내세우며 주의를 게을리 한다. 그러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마따나 뜻밖의 화마가 덮칠 수 있다. 그 때는 후회해도 이미 늦는다. 늘 주의를 기울여 화재를 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