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없는 사회를 꿈꾼다

2013-08-14     최동철
민폐(民弊). 원래는 관(官)을 비롯한 벼슬아치 등 권력자가 민간에 끼치는 폐해를 이르는 말이었다. 요즘 들어서는 공공장소에서의 문란한 행위 등으로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 때 사용되곤 한다. 문란(紊亂)이란 도덕, 질서, 규범 따위가 어지러운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 이기주의적 서구문화가 들어오면서 오랜 전통의 유교문화는 쇠퇴의 길로 접어든지 오래다. 나이 많은 어른과 나이 적은이의 사이에는 엄격한 차례가 있고 복종해야 할 질서가 있음을 이른 장유유서(長幼有序)는 이젠 옛 문화로 남겨졌다.

담배피우는 학생들을 꾸짖다 되레 손찌검 당한 어른도 있다. 공공장소에서 민폐를 끼치는 나이어린 사람에게 훈계하다가 봉변당한 어른의 경우는 훨씬 더 많다. 세상이 이 지경까지 치닫다 보니 어른들이 어른노릇을 포기하는 세태에 까지 이르렀다.

보고도 못 본 척 지나친다. 못된 소리를 들었어도 못 들은 척 한다. ‘노인 지정석’이지만 새파란 젊은이가 앉아있다면 마냥 서서 기다린다. 훈계나 꾸지람할 상황에서도 꾹꾹 눌러 참아낸다. 그러다보니 제 멋대로 자란 세대가 커 갈수록 세상은 민폐가 만연하게 됐다.

특히 개념 없는 못난 부모들의 양육방식에 의해 자라난 이른바 ‘민폐세대’는 도가 넘었다 할 정도다. 국민체육센터 내 목욕실에는 비누, 칫솔 등 포장지가 그대로 버려져 있다. 쓰레기통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그러하다.

또 어떤 이는 옆 사람에게 튀길 정도로 비누칠을 마구 해댄다. 운동 하다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정숙한 사우나 실에서 헉헉대며 심하게 몸을 흔들어 자신의 체액이 다른 사람 얼굴과 몸에 튀기게 하기도 한다. 민폐다. 얼마 전 살인까지 야기된 층간소음도 민폐의 산물이다.

하기야 공자의 나라 중국도 민폐 확산으로 인해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한 자녀 갖기 정책 하에서 출생했던 ‘샤오황디(少皇帝)’가 민폐의 제왕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동아들이나 외동딸로 자라난 샤오황디는 별칭이 말해주듯 집안의 절대 권력자이며 어른들은 자신들의 수족일 따름이다. 과보호를 받으며 신주 모시듯 애지중지 자랐으니 제가 제일인 셈이다.

남이야 어찌됐던 자기만 편하면 된다. 부모도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 자신의 민폐 또한 당연한 것이고 타인들은 감수해야 한다며 샤오황디들은 제멋대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에는 오랜 전통의 메이와꾸(민폐) 문화가 자리한다. 부모들이 아이에게 가장 먼저 많이 가르치는 것이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이다. 일본 청소년들 역시 메이와꾸 문화에서 차츰 벗어나고는 있지만 아직은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일본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전화 통화하는 사람은 아직 숫자가 극히 적다. 말소리, 발소리가 거의 안 들려 사람이 살지 않는 아파트처럼 느껴진다. 층간소음은 타인에게 큰 민폐로 극도의 신경을 쓴다. 공공장소에서 소리 지르고 울고불고 뛰어다니는 아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결국 민폐 없는 사회구현도 부모의 자식 교육에서 시작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