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이 5만원만 쓰고가면 50억원이 고향에 떨어진다

2001-04-14     송진선
보은을 고향으로 두고 있으면서 외지에 살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일까. 보은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때 순수하게 출생지가 보은인 사람 뿐만 아니라 본적이 보은사람을 포함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 할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주민등록상 군민이 4만3245명인데 이보다 훨씬 많은 출향인이 외지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말 기준으로 주민등록상 총 세대수는 1만5017가구인데 가구당 5명씩만 잡아도 7만5000명이 넘는다.

과연 이들은 고향에 얼마의 돈을 떨어뜨릴까. 부모님이 농사지은 농산물만 잔뜩 싸가지고 가는 것은 아닐까. 부모님 생신이나 제사 때 고향에 오면서 차량기름은 사는 곳에서 가득 넣어가지고 온다치더라도 집에 와서 피울 물량의 담배도 집 주변에서 사가지고 오는 것은 아닐까.

반찬으로 올릴 채소나 생선, 고기도 모두 집 주변의 할인매장이나 백화점 등에서 일제히 사가지고 오는 것은 아닐까. 부모님께 줄 내의 한 벌, 조카들에게 줄 장난감, 동서에게 줄 화장품도 백화점에서 구입하기가 쉬울 것이다.

고향의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차원에서 고향의 시장을 이용하고 지역 물품을 구매한다면 출향인들이 모두가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시장경제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고 덩달아 지역도 활기를 띄게 될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을 내가 사는 도시에서 구입을 한다면 단 돈 1만원을 고향에 떨어뜨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 같다.

출향인 10만명이 1년동안 고향에서 단 돈 5만원을 쓰고가면 50억원이 고향에 떨어진다. 쉬운 일인 것 같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모두가 1년동안 고향에서 5만원을 쓴다고 목표를 갖고 1년을 지내보자.

도시의 깨끗하게 정돈되고 잘 다듬어진 화려한 백화점 같지는 않지만 주름진 우리들의 할머니들이, 어머니들이 시장안 좁은 골목을 차지하고 앉아 쑥이며, 미나리며, 파, 무 등을 재배해서 가지고 나온 허
름한 시장이지만 더욱 정겹지 않은가.

또 현란한 음악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기계같이 움직이며 기름을 넣는 도시의 주유소 같지는 않지만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우리의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사람이 직접 기름을 넣어주는 주유소도 이용해보자.

빛깔좋은 과일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과일가게에 들러 우리의 이웃 마을에서 생산한 과일을 구입하는 것은 바로 친구 아버지가, 아니면 당숙 아저씨가 생산한 과일을 구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지금 보은은 4만명이 조금 넘는 인구를 바라보며 하루에 10만원어치도 팔지못하는 가게가 허다 하고 그래서 문을 닫는 가게도 수두록 하다. 점차 삭막해져가고 생기를 잃어가는 고향의 모습을 출향인들은 결코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도 보은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