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13-07-18     최동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The Good, The Bad, The Weird)’이란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줄여서 ‘놈놈놈’으로도 불렸다. 감독은 김지운이었고 영화배우 송강호(이상한 놈), 이병헌(나쁜 놈), 정우성(좋은 놈)이 출연했다.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호평 받았고 국내 관객 6백60만여 명을 동원하는 기록을 올렸다. 내용은 대충 이랬다.

1930년대 만주는 다양한 인종이 뒤엉키고 총칼이 난무하는 무법천지였다. 이곳에서 각자 다른 방식의 삶을 사는 세 명의 조선 사내가 운명처럼 맞닥뜨렸다. 돈 되는 건 뭐든 하는 현상금 사냥꾼(좋은 놈), 최고가 아니면 참을 수 없는 마적단 두목(나쁜 놈), 잡초 같은 생명력의 열차털이범(이상한 놈)이 그들이었다.

이들은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채 열차를 털다 발견한 보물지도를 독차지하기 위해 대륙을 누비는 추격전을 펼친다. 정체불명의 지도 한 장을 둘러 싼 엇갈리는 추측 속에 일본군, 마적단까지 이들의 레이스에 가담한다. 그리고 딱 한 놈만 살아남아 최후의 승자가 된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란 제목은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1966년작 황야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의 오마주(hommage)이다.

영화에서 보듯 세상만사를 이끌어 가는 주류는 늘 이들 세 부류다. 정치, 경제, 사회 어느 곳곳을 볼지라도 자칭 옳고 그름의 세력 간 싸움이며 이를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으로 삼분된다.

지방선거일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인지 출마예상자들이 호사가들의 물망에 오르내린다. 물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각 범주로 분류된다. 이를테면 이렇다.

누구는 ‘겉과 속이 다르더라. 이중성의 소유자다’ ‘무능력이 능력이더라. 부인 덕 본 자다’ ‘계약상 갑을관계에서 갑만을 취했던 자다’ ‘받을 줄만 알지 베풀 줄은 모르는 자다’ ‘능력 있고 좋은 사람인데 처가 쪽에 문제가 있다’ ‘남의 말은 일체 듣지 않고 제 말 할 줄 만 아는 자다’ ‘마지막 한 번만 기회를 달라더니 또 시켜달라는 뻔뻔한 자이다’ 등등이다.

수 십 년을 보은지역에서 살아 온 이른 바 ‘본토박이’ 호사가들은 각 인물의 집안 내력부터 됨됨이까지 웬만한 것은 죄다 꿰뚫듯 한다. 그래서 변명이나 허구논리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꼼수는 통할 수가 없다. 차라리 인정할 것은 인정 한 뒤 자신만의 특징이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선거 전략이 될 것이다.

언뜻 보기에 세상의 주역은 자칭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판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장점을 선택해 출세시킨 것은 결국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다수의 힘, 바로 민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