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사과, 사과 없는 보은군
2013-05-16 최동철
또한 ‘이번 일로 동포 여학생과 부모님이 받았을 충격과 동포 여러분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된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허태열 비서실장의 전날 대국민사과에 이어 이 같은 사과입장을 표명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의견을 무시하며 보란 듯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했던 자신의 ‘1호 인사’가 충격적인 성추문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여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날로 확산되는 파장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입장표명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문제는 국민과 나라에 중대한 과오를 범한 일로 어떠한 사유와 진술에 관계없이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히 사실관계가 밝혀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표명을 보면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왕이면 큰맘 먹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식으로 ‘대 국민사과’를 했으면 ‘모양새’가 더 나았을 것이다. 이번 표명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 형식을 통해 이루어졌다. 간접 형식인 것이다.
여하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하는 행위는 매우 까다로운 일 중 하나다.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어렵고도 어렵다. 자존심을 숙여야 한다. 자신이 판단하는 정당성을 거론하면 안된다. 자칫하면 반성, 사과가 아닌 해명이나 변명으로 흐르기 쉽다. 윤 씨의 기자회견이 그랬다. 잘못했다는 것은 건성이고 잡다한 핑계만 늘어놓았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려면 모든 것을 감싸 안아야 한다. 무능하고 부덕의 소치라며 마음을 한껏 비워 모든 충고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과하는 행위자를 용단있는 사람이라 하는 것이다.
우리 같은 범부들은 솔직히 사과를 쉽사리 하지 못한다. 대인배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과하거나 용서받는 것 자체를 구걸이요 수치라고 생각한다. 소아병적 인식에 사로잡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와 용서를 회피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보은군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에 매우 서툰 것 같다. 전(前)시장을 현 시장이라 했고, 사실과 달리 자매결연도시라고 군민에게 알렸던 잘못에 대해 몇 주가 지나도록 일언반구 말이 없다.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시간만 지나면 ‘잊혀 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조용하다. 실정에 대해 묻는 이도 따지는 이도 없다. 의회, 언론, 이른바 보은군의 현재와 미래를 늘 걱정한다는 위인들조차 말 한 마디 없다. 그래도 사과하는 게 좋다. 선거 때 까발려지는 것보다야 지금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