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산물이 쳐 들어온다

2013-04-04     최동철칼럼
미국 농산물이 봇물 터진 듯 밀려들어오고 있다. 미리 예견됐던 바이기는 하다.
알면서도 한미 에프티에이(FTA=Free Trade Agreement= 국가 간의 모든 무역 장벽을 제거하는 협정. ‘자유 무역 협정(自由貿易協定)’이라고도 한다.)를 맺어야만 했다. 수출입국(立國)인 한국입장에서는 별 도리가 없다는 게 논리였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매우 간단했다. 경쟁력 없는 농산물보다 부가가치가 월등한 자동차, 전자제품 등 공업제품을 미국시장에 팔아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농업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겉만 봐서는 큰 이익을 취하는 게 당연했다. 비싼 제품을 미국에 팔고 대신 값싼 농산물을 들여와 국민에게 제공하면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정작 농민들만 끙끙 속앓이를 했다. ‘큰일이다. 대책은 있는가’고 외쳐대면 위정자들은 짐짓 들은 척만 했다. 그나마 그 때 뿐이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회에서도 농업관련 의견 개진은 일언반구 없었다.
송아지 값이 개 값이 됐다. 농산물 산지가는 대부분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했다. 나이 많은 농민들이 시름에 빠져있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미국 농무부(USDA)는 신바람이 나있다. 올해 한국에 대한 농산물 수출액이 6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집권 2기에 들어간 오바마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기위한 너스레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63억 달러면 한국 돈으로는 물경 7조원을 넘는 액수다.

농무부는 한미 FTA 2년차인 요즘 오렌지ㆍ아몬드 등 과일ㆍ견과류, 옥수수ㆍ밀 등 곡물류, 쇠고기 등 육류, 그리고 주스ㆍ낙농제품과 같은 가공품 수출이 호조를 띠고 있다고 발표했다.
자료에 오렌지는 관세율이 30%로 떨어지면서 한국으로의 수출 물량이 43% 증가했다. 한국은 미국이 세계 각국에 수출하는 오렌지의 3분의 1가량을 수입하여 팔고 있는 최대 시장이 됐다.

레몬의 관세도 30%에서 15%로 하향 조정돼 한국 수출이 74% 치솟았다. 관세가 24%였던 체리는 영세율이 적용돼 88%나 더 팔려나갔다. 롯데마트 수입 과일 판매대에서는 미국산 체리가 최고 인기 상품이라고 자랑했다.

포도 주스도 영세율이 적용되어 한ㆍ칠레 FTA로 인기를 구가하던 칠레산과 시장 경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몬드, 호두 등 견과류 시장도 한국이 독일, 일본 등을 제치고 미국 최대 수출 시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밀, 콩 등 곡물류의 경우도 미국 해외 수출량의 4분의 1가량이 한국에 들어온다. 한미 FTA에 따른 관세 인하의 혜택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돌아가고 있다고 농무부는 강조했다.
미국 농산물이 쳐들어오는 기세를 보면, 머잖아 농민들조차 우리 농산물 대신 미국산 농산물을 먹어야만 될 날이 올 것만 같다. 혹여 미국산 대추도 영세율로 들어오는 것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