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통재라, 디지털( Digital)세대여!

2013-03-28     최동철
요즘 일본에는 '사토리(得道)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한다. 불교의 ‘오도(悟道)’와 일맥상통하는 표현으로 이른바 ‘깨달은 사람들’이다. 주로 198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10대에서 20대 중반의 젊은이들을 가리킨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사토리 세대'는 자동차, 사치품, 해외여행에 관심이 없고 돈과 출세에도 욕심이 없는 일본 청년들을 뜻하는 말이다. 이들의 특징은 ‘필요 이상의 돈은 벌려 하지 않고,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며 낭비를 하지 않는 성향’이라고 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젊은이는 "국내에서도 외국 요리를 먹을 수 있고 해외 풍경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여권도 만들지 않고, 면허도 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나의 수준에 맞춰 살 것"이라며 "대단한 일을 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사토리 세대의 이 같은 사고형성은 일본의 거품경제가 붕괴한 뒤 장기불황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꿈이나 목표를 이룰 보장이 없다는 것을 침체된 사회 분위기에서 저절로 습득하게 된 것이다.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사람은 돈이 없으면 합리적으로 되는 게 당연하다. 이들은 스스로를 한 발 물러나 관조하고 소극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세대"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매사에 소극적인 것은 엇비슷했다. 다만 보다 적극적인 것은 돈과 권력에 대한 선호도였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디지털 세대’라는 개념으로 젊은 층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그렇다.

디지털 세대란 고속인터넷과 각종 스마트 전자기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한류 붐의 열기를 받은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를 아우른다. 조사에서 이들은 공동체보다 경제적 효용을 우선시했다. 또 진보 성향이 강하지만 투표에는 소극적이었다. 일자리에 관심이 많지만 거시경제 흐름에는 무관심했다.

반면 돈과 권력에 대한 선호는 엄청났다. 10대는 돈의 중요성을 60대 이상에 비해 높게 평가했다. 권력도 50대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래 창조적이어야 할 10대 청소년들이 기성세대보다 더 세속적인 가치들을 중시했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숭배하여 삶의 목적을 돈 모으기에 두는 배금주의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권력을 더하면 보다 쉽사리 금력을 만들 수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오호통재(嗚呼痛哉)라.

경제적 인간은 늘 합리적 선택을 한다. 경제학에서 '합리적' 이라는 것은 '기회‘가 명확하고, 모순이 없으며 항상 불변해야 한다. 그래서 이익을 위해서는 타인을 돌보지 않고, 먼저 사익을 취한다. 윤리나 도덕이라는 개념은 추구하지 않는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법은 지키지만, 법 이외의 사회통념 등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고로 디지털 세대의 앞날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