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8일, 세계여성의 날
2013-03-07 최동철
어느 이슬람 국가에서는 여성이 자동차 운전을 했다하여 형벌을 받은 경우가 있다. 집안이 아닌 외부 활동을 할 때는 온 몸을 감싸고 눈만 빼꼼히 내놓아야하는 ‘차도르’를 입어야 한다. 지난 세기까지도 중국에서는 여성을 노리갯감으로 여겨 발을 작게 만드는 ‘전족’을 하게했다.
구약성서만을 인정하는 유태인의 가부장사회는 아이들과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서 사람으로 대접 하지 않았다. 하물며 예수에게는 신실한 여성 제자가 여럿 있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신약성서 상에 오르지 못했다. 성경에서 여성은 사람 숫자에 포함되지 못했다.
최고의 인권국가로 꼽히는 ‘미국’에서 조차 여성이 사람으로서 지위를 획득한 지 이제야 105년째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이자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던 1908년 3월8일 미국 섬유공장 여성노동자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열악한 작업장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화재로 불타죽었기 때문이었다. 빵과 장미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여성노동자들은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했다. 이들은 먼지 자욱한 공장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여성들에게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굶지 않기 위해 일하면서도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받아야 했다. 급기야 백인여성이든 흑인여성이든 ‘미국 여성은 ‘성의 노예’ ‘일벌레’에 불과하다‘는 불만 섞인 자아의식이 강하게 퍼져나갔다.
이들의 시위는 결국 ‘의류노동자연합’이라는 조직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들 여성노동자들이 궐기한 3월 8일은 유엔에 의해 '세계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됐다. 그러나 여성참정권은 그 후 12년이 지난 192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주어졌다.
의회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했다는 영국에서도 1928년에 이르러서야 남녀가 동등한 투표권이 주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는 46년, 이탈리아는 45년, 스위스는 71년 각각 남성만의 투표에 의해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제정된 헌법에서 여성참정권을 부여했다.
오랜 유교적 전통 하에서 가부장적 사회를 구성해 왔던 우리나라로선 뜻밖인 셈이다. 그것도
서구와는 달리 여성들이 쟁취한 것도 아니었다. 자연스레 당연하게 주어졌다. 한편으로 우리 민족의 대범한 진취적 특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동북아 3국 중 첫 여성대통령을 선출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 보은군에서도 첫 여성군수, 지역구 출신 첫 여성 군, 도의원이 출현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