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얻은 삶의 지혜’
2012-11-22 최동철
최근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패권을 잡은 시진핑(習近平)의 ‘후덕재물(厚德載物)’이란 좌우명이 세간의 관심을 끈다. 좌우명(座右銘)이란 말 그대로 늘 자리 옆에 적어놓고 자기를 경계하거나 가르침으로 삼는 말이나 문구를 뜻한다.
시진핑은 나락에서 정상으로 올라 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어린 시절 반동분자의 자식으로 몰려 소년교화소에 끌려갔으면서도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 활용했다. 결코 섣부르지 않고 제 실력 쌓기에 노력을 다했다. 공정하고 남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나 행동의 덕을 중시하는 법을 배웠다. 덕을 두텁게 하여 만물을 싣는다는 후덕재물이다.
후덕재물은 삼경(三經)인 시경(詩經), 서경(書經) 그리고 역경(易經)으로 불리는 주역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주역에 ‘천행건(天行健) 군자이(君子以) 자강불식(自彊不息) 즉, 천체의 운행은 굳건하니, 군자는 하늘 위 천체의 질서 있는 움직임을 본받아 스스로 쉬지 않고 굳세게 행하여야 한다’와 ‘지세곤(地勢坤) 군자이(君子以) 후덕재물(厚德載物) 즉, 땅의 기세는 만물을 길러내니, 군자는 그것을 본받아 두터운 은덕으로 만물을 품는다’ 고 되어있다.
공자의 사상이 오랫동안 뿌리내린 한국과 중국에 있어 특히 덕은 흠모의 대상이 된다. 늘 통치자의 덕 없음을 통탄하고 ‘덕의 정치’를 갈구해 왔다. 따라서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덕이 있고 없음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선정기준이 되겠다.
여하튼 시진핑의 중국 섬서성 부평현에 있는 그의 부친 집 대문에 '厚德載物'이라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또한 그와 직전 국가주석인 후진타오(胡錦濤),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모교인 칭화대학 정문 앞에도 같은 글귀가 새겨진 돌비가 있다. ‘自强不息 厚德載物’은 칭화대학의 교훈이다.
시진핑의 입지전적 뒤안길 곳곳에는 ‘흙에서 얻은 삶의 지혜’인 덕 외에도 독서가 뒷받침됐다. 청년 시절 7년간의 산시(陝西)성 생활은 고전을 포함해 수많은 책을 읽게 했다. 글자를 모르는 농민들에게 초한지, 삼국지, 수호지 얘기를 들려주며 돈독한 관계도 유지했다. 베품의 덕을 실천한 것이다.
그는 특히 초한지 유방, 삼국지 유비, 수호지 송강의 덕과 화합 능력을 극찬했다. 얼핏 무능해 보이는 세 사람이 지도자로 추대될 수 있었던 비결은 더 유능한 인재들을 지극한 정과 믿음으로 소통하여 단결시켰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시진핑은 이밖에 아버지 시중쉰의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좌우명도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고 했다.
삶의 신조는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아이들에게 들려 줄 나의 좌우명은 과연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