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에게 보내는 갈채’
2012-09-20 최동철
이 같은 자연재해는 과일과 쌀, 배추 등 농작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당장 도시사람들은 오는 30일 추석 차례상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았다. 두 차례나 태풍도 지나갔다. 습도가 높았고 일조량이 적었다. 때문에 껍질만 있고 알맹이가 들지 아니한 벼쭉정이가 머리를 바짝 치켜든 채 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호박농사도 실패했다. 평상 시 만큼 수정되지 않았다. 호박이 달렸다가도 꼭지가 쉽게 떨어져 버렸다. 농부가 웬만큼 부지런을 떨지않은 고추농사도 탄저병이 번져 일찌감치 뽑아내버렸다. 나오느니 한숨뿐이다.
한 순간은 폭염이 위세를 부린 적도 있었다. 논밭에서 일하던 타 지역의 나이 많은 남녀농부 몇몇은 더위로 인해 운명을 달리했다. 평생 농사일을 천직으로 생각했던 나이 많은 농부 대부분은 무릎과 허리통증에 시달린다. 올 여름같이 습하고 기온마저 제멋대로면 마음마저 쓸쓸해지고 괜스레 우울해진다.
태풍과 집중폭우에 비닐은 뜯겨 나풀거리고 온실마저 찌그러지거나 무너져버린 경우도 있다. 안에서 자라던 자식만치 애틋했던 농작물은 눈물 머금듯 녹아버리거나 사지를 틀며 죽었다. 농부들은 이래저래 엄청난 재산손실을 입었다. 퀭한 눈으로 하늘만 쳐다볼 뿐이다.
우리나라에 전래되는 3대 경전(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 중 하나인 고구려 을파소(乙巴素)의 참전계경(參佺戒經)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농사의 재앙이란 부지런하지 않아서 만나는 것이다(農災者不勤農而遭災也).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이다(農者天下之大本). 네가지 직업 중에 농사일이 천하의 으뜸이다(四業之首也). 건강한 사람은 농사를 짓고(健者農), 총명한 사람은 학문을 하고(聰者學), 민첩한 사람은 장사를 하고(敏者商). 기술적 재능이 있는 사람은 공업을 한다(巧者工). 공업은 이치를 잘 탐구해야 하고(工能窮理), 상업은 탐욕을 일삼지 말아야 하며(商不徑貪), 학문은 도에 통달해야 하고(學能達道), 농업은 때를 잃지 않아야 한다(農不失時). 농사에 때를 잃지 않으면 농부에게 재앙은 없다(農不失時 則無人災).
옳기도 하고 그르기도 하다. 아마 그 때는 지당한 말이었을 것이다. 허나 지금은 농부가 아무리 부지런해도 괴팍해진 이상기후를 감당해 낼 수가 없다. 수정벌이 사라지고 있다. 엘리뇨, 라니냐 등 인간이 만든 재앙으로 저온, 고온 현상 등 농업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그래도 농부는 눕지 않는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들녘 논과 밭과 과수원에는 농부들의 모습이 일렁거린다. 누워버린 벼도 일으키고, 부러진 과일가지도 처리한다. 굽은 허리를 펴고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이 가고 인생도 간다. 그들, 천하 으뜸직업 ‘농부’에게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