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지배하기보다 친구 되는 인생의 깨달음”

희말라야 에베레스트산 탐험기⑤
우재문 귀농귀촌협의회장

2012-08-30     천성남 기자
사람은 누구나 평생에 걸쳐 도전하고 싶은 꿈이 있다. 육순을 훨씬 넘긴 나이에 혹한과 싸우며 희말라야 에베레스트 산 정복에 인생의 도전장을 낸 사람은 바로 우재문(66·귀농귀촌협의회장)씨다. 그는 지난 5월 4일부터 6월 1일까지 근 한 달 일정으로 부인 우혜숙(61)씨와 함께 배낭을 메고 중국을 거쳐 악천후로 인해 방글라데시 다카공항에 불시착, 네팔 카투만두 공항을 거쳐 희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0m)까지 등정했다. 본란은 60대의 무한도전인 에베레스트 산 등정기 중 하이라이트만을 추려 8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5월 12일, 딩보체(4410m)에서 로부체(4910m)로 가다.
오전 6시 30분 출발, 날씨는 청명하고 기온은 16℃다. 딩보체는 꽤 큰 마을이다. 민가도 여러 채다.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은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마을 뒷산으로 올라간다. 어느 정도 올라가 언덕 위에서 보니 오른쪽 앞면에 탐쉐르크(6618m), 정면은 아마다블람(6814m), 왼쪽으로 로체(8516m, 2008년 371명이 등반하다 20명이 사망한 곳)거봉이 보인다.
이곳서 나는 고소증을 느끼며 머리가 어질어질해 왔다. 왼쪽 길로는 천 길 낭떠러지, 그 밑으로는 평평한 넓은 대지 한 가운데로 강물이 흘러가고 들판에는 야크들이 풀을 뜯고 있다.
두글라(4620m)까지 뻗어있는 이 길은 고원 같은 언덕 위에서 저 멀리 강을 끼고 있는 평화스런 마을이 보인다. 바로 페리체(4240m)다.
한국에서는 속도에서 효율성을 찾지만 이곳에서는 느림에서 효율성을 찾는다. 차도 없고 오토바이도 없고 자전거도 없다. 단, 교통수단은 걷는 것뿐이다. 히말라야 인들의 삶의 방식은 느림의 미학이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일하는 것이다.
두클라(4620m)에는 숙소가 하나밖에 없다. 촐라패스(5368m)를 거쳐 고쿄로 가는 길과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오전 11시, 남체바자르 호텔식당에서 만났던 영국인들을 여기사 다시 만났고 전에 만났던 한국인 두 명과도 만났다. 두클라에서 포터와 셰르파들이 식사하는 식당에 들러 티베트 빵을 한국라면 한 개와 바꿔먹었다.
두클라패스(4830m)를 오른다. 숨이 턱턱 막힌다. 경사는 급하고 돌과 모래와 바위뿐...몸이 천근만근이다. 자갈이 굴러다니고 경사면은 더욱 가팔라진다. 먹는 자만이 끝까지 살아남는다. 오늘은 4ℓ의 물을 마신다. 걸으면서 간간이 에너지 바를 먹었다.
드디어 큰 고개위에 오르고 배낭을 베개 삼아 잠시 누워 다리를 쭉 뻗고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한참을 걷다가 해발 4900m 위치한 곳에 죽은 자의 영혼을 기리는 수투파가 있다. 평평한 곳에 수많은 수투파가 있다.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다 또는 정상을 밟고 하산하다가 죽은 이들을 위한 곳인가. 돌로 탑을 쌓고 비석을 세우고 이들 앞에 앉아 깊이 머리 숙여 묵상을 했다. 영혼들이여, 편히 잠드소서.
어느새 먹구름이 끼더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기온은 급강하 6℃다. 오후 2시 로부체(4910m)에 도착해 숙소는 로부체랏지로 정했다. 이곳에서는 민가는 없고 랏지(여인숙 수준)만 4개다. 이곳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잔다. 개울가에서 살얼음을 깨고 빨래를 했다. 돌로 눌러놓은 빨래가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금새 말랐다. 포터들, 안내인들, 현지인들이 바닥에 야크담요를 깔아놓고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저녁만찬으로 산악회 창립50주년 지원팀과 함께 닭백숙을 나눴다. 서울대 농대출신들이다. 그들은 이번에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왔다가 하산하는 길이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