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颱風, typoon=타이푼 )’

2012-08-30     최동철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그나마 이 정도에서 그쳐준 것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보다 사정이 나은 국민들이 십시일반 마음과 뜻을 모아 재해민을 돕는 일만이 남았다. 물론 정부 또한 선뜻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신속한 피해복구와 보상책이 이루어지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올해 들어 가장 크고 강력한 태풍이었던 '볼라벤'은 동남아 내륙국가인 라오스에서 붙인 이름이다. 라오스 발음, 그대로 하면 ‘뽈라-엔’이 된다. 뽈라엔은 세로로 길쭉하게 생긴 라오스 영토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참빠삭 주에 있는 고원(高原)을 말한다. 정확하게는 동후아싸오 국립 환경생태 보호지역 안에 위치한다.

태풍 이름은 원래 1953년부터 매년 발생순서에 따라 일련번호를 붙여서 제 몇 호 태풍이라고 불렀다. 또한 괌에 있는 미국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는 태풍 이름을 알파벳 순으로 총 92개를 미리 만들어 놓고 발생순서에 따라 하나씩 차례로 사용했다. 주로 예보관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따서 지었기 때문에 사라, 베스 등 대부분 여자 이름이 됐다.
이는 ‘왜 나쁜 것에 여성의 이름만을 사용하느냐’는 성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1978년 이후 남자와 여자의 이름을 번갈아가면서 사용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는 미국을 포함한 태평양 아시아 14개 국가에서 각 10개씩의 이름을 제출하여 순차적으로 쓰게 됐다. 즉 캄보디아, 중국, 북한, 홍콩, 일본, 라오스, 마카오, 말레이시아, 미크로네시아, 필리핀, 한국, 태국, 미국, 베트남 순으로 태풍의 명칭을 쓰도록 정했다.
우리나라가 작명한 태풍 이름은 개미, 나리, 장미, 나비 등 친숙한 동, 식물에서 많이 따왔다. 일본은 별자리 이름에서 땄다. 태국이나 미크로네시아 같은 열대지역은 자신들의 신화에 나온 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 특징이다.

태풍 이름도 퇴출된다. 태풍 중에서 엄청난 피해를 끼친 태풍의 이름은 ‘괘씸하다’하여 아시아 태풍 위원회의 총회에서 퇴출되게 된다. 주로 피해를 당한 국가의 요청으로 없어진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이름 중 두 개가 퇴출됐다. 모두 막대한 피해를 끼쳐서 변경됐다. 2005년 일본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나비’는 ‘독수리’로 변경됐다. 2003년 미크로네시아에 피해를 준 ‘수달’도 ‘미리내’로 개명됐다. 북한이 작명했던 ‘매미’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입혀 명칭변경을 요청해 ‘무지개’로 바꿨다.

태풍은 발생지역에 따라 호칭도 각기 다르다. 북중미는 허리케인, 인도양 부근은 사이클론,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것은 타이푼이라 칭한다.
‘천지자연의 도는 모든 것을 이롭게 한다.’는 말처럼 태풍도 이로운 점이 있다. 우선 태풍은 지구의 열평형에 기여한다. 지구가 받는 열은 위도마다 다르고 일반적으로 지구로부터 방출되는 열은 위도에 따른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저위도는 열이 많이 남아돌고 고위도는 열이 부족하게 된다. 이로 인해 생기는 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열평형을 이루게 하는 기상 현상이 바로 태풍이다. 또한 태풍이 지나가면 대기권의 오존층과 공기가 순화되며 바다 속의 용존 산소량도 늘려주는 이점도 있다. 이처럼 태풍이 꼭 피해를 주는 것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