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사람이 있어야 지자체도 존재

2012-08-23     김인호 기자
김승연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화제에 오른 (주)한화그룹 계열사 보은공장. 인원 약 600명에 한해 매출액 3000억원인 보은공장이 보은군에 못 들어왔다면. 호국원이나 태권도 공원이 보은에 유치되었다면. 기타 궁저수지 둑 높임 사업, 기숙형 중학교, 고교 통폐합, 친환경 쌀 제공, 단설유치원 설립, 보은첨단산업단지, 동부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의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찬반 논란에 휩싸여 주민, 단체, 지역 간 갈등이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우리사회가 지불하는 유무형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역, 소속단체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겠지만 대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논리보다 실리에 밝아진다고 하는데 맞는 말인지 이 말에 공감이 간다.
인프라 개발펀드 회사(PEF) 트루벤인베스트먼트사가 보은산업단지에 추진하려는 LNG복합화력발전소 건설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보은군과 트루벤인베스트먼트(주)는 지난 3월 1조원대 에너지발전사업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보은첨단산업단지의 16만5000㎡ 부지에 1000MW급 LNG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해 2017년부터 발전을 개시하는 프로젝트다. 건설기간 중에 연간 3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준공 후 운영 단계에서도 300여명이 근무하기 때문에 보은군의 세수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프로젝트란 게 군과 트루벤인베스트먼트의 설명이다. 사업은 올 12월 정부의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되면 본격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군과 트루벤인베스트먼트사의 이 같은 행보에 환경단체가 제동을 걸어 관심을 사고 있다. 논쟁은 지역신문을 통해 붙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환경단체는 지역세수나 지역민 고용증대 등 긍정적 효과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대기로 방출된 질소산화물로 인해 비는 산성비가 될 수도 있고 온배수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 등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또 발전소 가동 시 엄청난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큰 강이나 바다 등 물이 많지 않은 내륙지역인 보은에서 발전사업을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런 주장에 삼승면 이장단도 다소 동요하는 조짐이다.
그러자 보은군도 대응에 나섰다. 군은 질소화합물 증가와 LNG복합화력발전소 지역과는 관련이 없다며 환경단체의 주장은 논리일 뿐 실제와 다르다고 반박한다. 냉각수 용량 및 온배수 배출 부분도 온배수 배출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은 전혀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발전소 건설로 인한 사업시설 제한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군과 트루벤이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반면 환경단체 등은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둔 득한 인상이다.
보은군은 재정자립도 12% 내외인데다 인구도 나날이 줄어 3만5000명이 채 되질 않을 정도로 지자체 형편이 열악하다 못해 행정통폐합 얘기가 나올 때마다 존립을 걱정할 판이다. 보은은 특히 산업단지 조성 후 분양을 하지 못하면 심각한 재정위기를 맞을 수 있다. 주민 의사를 도외시하는 무리한 추진도 보은군 입장에선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반대를 위한 반대나 보전만도 능사는 아니다. 재정과 사람이 따라져야 지자체의 발전도 기회도 논할 수 있지 않을까. 주의 주장, 입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큰 틀에서 보은에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이해 당사자 뿐 아니라 지역 전체가 진정 고민한 후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한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