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가르기’

2012-08-16     최동철
대통령 선거가 4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지역 내 사회단체 일부가 느닷없이 연합조직을 만드는 것을 보니 과연 피부에 와 닿는다.
물론 이 단체가 표방한 결성취지와 목표는 선거와 무관하다. 다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오비이락(烏飛梨落)처럼 하필 이 시기에 조직을 새롭게 구성했다는 점에서 갖는 느낌일 것이다. 아울러 ‘지역 내에 네 편, 내 편 가르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도 다소는 있다.

학창시절 역사를 접하면서 선조들에 대한 불평이 한 가지 있었다. 왜, 우리선조들은 시도 때도 없이 편을 갈라 당파싸움을 일삼았는가 하는 것이었다. 하기야 외국에서는 뒤죽박죽 지지고 볶는 역동적(?)인 한국사회가 바로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한다.

사실 오랜 역사속의 붕당정치나 인맥 중심의 뿌리 깊은 인습을 보면 ‘편 가르기’는 우리민족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장점도 있다. 내 편이 있다는 것은 왠지 든든하다.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반면 단점도 두드러진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군, 생각이 달라도 내편 아니고, 상대편은 모두 악당이 되는 등 흑백논리로 나아가 양극화의 모습이 된다. 결국 그 사회는 분열을 초래하게 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무자퍼 세리프(Muzafer Sherif)는 1954년 집단 동조에 대한 실험을 했다, 그는 여름캠프장에 서로 모르는 22명의 학생을 모아 놓고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단순히 ‘방울뱀’과 ‘독수리’라는 반 이름을 지어줬다. 그러자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우연에 의해 나뉜 두 집단은 이유 모를 경쟁심에 사로잡혔다.
경쟁심리가 발동하면서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했다. 다른 집단의 소리만 들려도 서로 욕을 해댔다. 한 팀이 다른 팀의 깃발을 가져오자, 다른 팀은 상대 팀 대장의 바지를 훔쳐 깃발로 사용했다. 침대가 뒤집히고, 우승 트로피가 사라지고, 양말에는 돌멩이가 가득했다. 결국 두 팀은 따로 식사하겠다고 요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두 집단 사이에 이렇게 쉽게 적대감이 생겨난다면, 화해를 이끌어 내는 것도 쉽지 않을까하고 세리프는 생각했다. 그는 야영지에 마실 물을 공급하는 수도관을 몰래 막아 버렸다. 그리고 외부에서 온 집단 때문에 캠프장 수도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러자 두 집단은 원인을 조사하고, 수도관을 막은 비닐을 찾아내는 등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했다. 수돗물이 나오자 모두가 기뻐하며, 서로 얼싸 안았다. 결국 캠프 마지막 날에는 같은 버스에 타고 돌아가기를 원했다.
공격적 충동을 새로운 공동의 목표로 돌린 것이다. 자국 내 봉건영주들의 불만해소를 위해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툭 하면 터져 나오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밑도 끝도 없는 우리네 담론. 선거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반공이데올로기. 둘 다 권력을 잡아 금력을 누리려는 특권 정치집단의 교묘한 술수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집단만이 올바르고, 다른 집단은 그릇되었다는 편견에 빠진다. 하지만 세리프의 실험은 집단이란 옳고 그름과 무관한, 하나의 상황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는 어리석게도 늘 놀아난다. 마치 꼭두각시와 같다. 그래서 부아가 치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