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 속 행복지수는 최상인 사람들’

희말라야 에베레스트산 탐험기②
우재문 귀농귀촌협의회장

2012-08-09     천성남 기자
사람은 누구나 평생에 걸쳐 도전하고 싶은 꿈이 있다. 육순을 훨씬 넘긴 나이에 혹한과 싸우며 희말라야 에베레스트 산 정복에 인생의 도전장을 낸 사람은 바로 우재문(66·귀농귀촌협의회장)씨다. 그는 지난 5월 4일부터 6월 1일까지 근 한 달 일정으로 부인 우혜숙(61)씨와 함께 배낭을 메고 중국을 거쳐 악천후로 인해 방글라데시 다카공항에 불시착, 네팔 카투만두 공항을 거쳐 희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0m)까지 등정했다. 본란은 60대의 무한도전인 에베레스트 산 등정기 중 하이라이트만을 추려 8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5월 9일. 남체 바자르(3440m)에서 타메(3800m)가는 길에 북서쪽 다시정상(dhashipeak 6000m)을 덮고 있는 흰설의 장관이여. 다시 아마다블럼(6814m)의 쿰빌라이 정상이 아득하다. 타메를 곧장 따라가면 티베트 국경인 낭파라는 고갯길로 이어진다.
길가엔 보랏빛 붓꽃이 한창이다. 노오란 민들레, 파인트리(희말라야 소나무)까지 바람결에 향기가 밴다. 고소적응 훈련 겸 타메로 가는 길이다. 고즈넉한 바람소리, 계곡의 물소리, 새소리뿐이다. 가는 길에 유적지가 있다. 절터 자리에 돌에 새겨진 돌기와, 벽, 바닥 재료를 만져보니 1000년 전의 흔적이 느껴진다.
2시간 걷다보니 대여섯 가구의 마을이 나타난다. 야크 똥을 빈대떡처럼 개어서 햇볕에 말리고 있다. 야크 똥 3개는 밥을 지을 수 있는 양이다. 그리고 겨울엔 귀중한 난방연료로 쓰인다. 한낮온도는 24℃이다.
초르텐(석탑)의 왼쪽으로 접어드니 또다시 대여섯 가구의 마을이 나타난다. 초르텐은 진흙을 섞어 석회석을 발라가며 한창 공사 중이다. 높이는 약 7m정도다. 윗부분은 첨탑모양에 불교의 교리를 상징하고 있다. 가장 윗부분의 태양을 안고 있는 초승달은 생명의 단일성을 의미한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결국 하나라는 뜻인데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간은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자기 안에 간직하고 있다. ‘모든 형상은 다 거짓이고 헛된 것이니 모든 형상이 그 형상이 아님을 알면 바로 여래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금강경의 게송)

마을에는 한집에 보통 서너 명의 아이들이 있다. 미소로 답하는 사람들. 영혼의 자유로움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다. 열악한 환경 속이지만 행복지수는 최상인 사람들이다.
낡은 옷, 꿰맨 옷을 입고...세수안한 더벅머리에 거친 검은 손, 그러나 마음만은 비단결 같은 사람들, 내게는 이들이 모두 스승이요, 수행자로 보인다.
마을에 두세 군데 숙박을 겸한 식당이 있다. 말이 호텔이지 한국의 60년대 여인숙 수준이랄까. 화장실에는 플라스틱 물통과 바가지가 놓여 있어 용변 후 휴지대신 사용한다. 그래서 화장지는 이곳에선 필수다.
‘히말’은 ‘산’을 의미하고 ‘샤그르’는 ‘대양’을 의미한다. 그 의미의 이름을 가진 16세의 히말 샤그르(중3)는 돈을 벌기 위해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의 고향은 이곳에서 3일 걸리며 전기도, 자동차도 없는 곳이다. 11명의 대가족 속에서 그는 돈을 벌어야 학업이 가능하단다. 장차 가이드가 되는 것이 꿈인 아이, 그 아이에게 100루피를 손에 쥐어주었다. 오는 도중 90세의 세르파인 삔바디끼를 만났다. 남편은 12년 전 물에 휩쓸려 죽었다. 딸과 사위와 살고 있는데 평생 그 곳을 떠나 본적이 없다. 사위는 야크를 사육하고 있다. 한낮의 온도는 24℃인데 밤에는 추워서 뜨거운 물을 사서 침낭에 집어넣고 자야할 정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