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 것인가’

2012-08-09     최동철
7년 전,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취업과 진학으로 각각 인생의 진로를 선택했다면 현 잣대로 볼 때 누가 더 앞서 있을까.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각지의 특성화고 졸업생 2000명의 경로를 추적 조사한 결과, 26%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한 여자종합고등학교의 2005년도 졸업생은 곧 바로 충남 아산에 있는 대기업 LCD 제조공장에 입사했다. 초봉 135만원으로 일을 시작해 경력이 붙으면서 직책도 높아지고 월급도 불었다. 7년차가 된 2011년 현재 그녀는 조장으로 근무하며 기본급과 성과급 등을 합쳐 월 310만 원 가량 받는다. 주5일 근무에 4대 보험이나 퇴직금도 보장돼 직장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취업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2년제 내지는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모씨는 2005년 여상을 졸업한 뒤 지방대 영문학과에 진학했다. 2009년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처음에 월 50만원을 받는 학원 강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중학교 기간제 영어교사 등을 거쳐 지금은 한 지방 언론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졸업 후 직장을 다섯 곳이나 옮기는 동안 한 번도 월급 150만원을 넘겨본 적이 없다.
이들 두 사람의 사례는 그리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다. 지난해까지의 전체 조사결과를 놓고 보면, 적어도 경제적인 면에서는 대학 진학의 장점이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찌 해야 하는가. 진학은 내팽개치고 모두 공장에 취업 하는 것만이 특성화고 졸업생의 바람직한 선택일까.

물론 배가 고프면 만사가 귀찮다. 특히 ‘악의 논리’이기도 한 배금주의를 숭배하는 요즘 같은 물질만능사회에서는 사람행세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물질이 아무리 풍족해도 정신적 삶이 빈약하면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고픈 배를 움켜쥐며 고독하게 죽어가는 한 시인에게 무능하다고만 탓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이유다.
결론은 공장에 취업을 하던, 대학에 진학을 하던 계속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빵 문제를 해결했으면 정신적 행복도 추구해 가야 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면 인정받기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야 그 가치가 있다.

방법은 있다. 부단한 노력 끝에 부와 명예를 거머쥔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찰스 디킨스’가 가르쳐 준다. 그의 일생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금전관념에 희박한 아버지가 빚으로 인해 수감됐다. 열두 살 때 구두약 공장에서 하루 열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했다. 소년시절부터 빈곤의 고통을 겪었다. 학교도 거의 다니지 못했다. 사회의 모순과 부정이 어우러진 빈민층의 삶을 직접 겪었다. 가난에서 벗어나려 노력했던 그는 15세 때 변호사 사무실의 사환으로 일했다. 그리고 자력으로 노력해 법원의 속기사가 됐고 이어 사회풍속을 스케치하는 신문기자가 됐다. 후일 문학가로 변신한 그는 사후, 문인 최고의 명예인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안장됐다. 묘비에는 '가난하고 고통 받고 박해받는 자들의 지지자였으며 그의 죽음으로 세상은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를 잃었다.‘ 고 적고 있다. 어린 시절 빈천했던 삶과 독서, 기자시절 여행경험이 그의 문학사상의 토대였다.